자립기 등장, 현대가족제도 뒤흔들다
자립기 등장, 현대가족제도 뒤흔들다
  • 황인옥
  • 승인 2014.12.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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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기
결혼 이전 자신만의 삶의 시기 생겨
부모, 자녀 배우자 선택에 개입 어려워
혼전동거·동성커플 결혼 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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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부시됐던 다른 인종과의 동거나 결혼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여기에 한 발 더 나가 동성끼리의 동거나 결혼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합법화에 첫 걸음을 뗐다. 현대가족제도가 보다 복잡·다양해진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1960년 이후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에는 동인종 커플, 동인종 이성 커플의 결혼형태만 용납됐고, 심지어 동성애는 법률적 처벌대상이기까지 할 정도로 결혼제도에 엄격한 사회적 관습이 적용됐다.

그렇다면 1960년대 이후 가족제도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다양성을 추구해온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것에 대한 탐구다.

저자는 미국의 현대가족제도의 변화를 미국 인구조사 통계자료로 분석하며 미국의 현대가족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가 분석한 변화의 동인은 1960년대 이후 시작된 ‘자립기’의 등장 및 확산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동기, 청소년기, 성년기 등으로 나누는 생애 구분에서 1960년대까지 주목되지도 확산되지도 않았던 자립생활기(자립기)의 형성과 그것의 사회역사적 의미 및 영향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자립기는 젊은이들이 부모를 떠나 대학을 다니고 여행을 떠나며 직업을 찾는 성인 초기의 시기를 말한다.

1960년대 이전 젊은이들은 대체로 결혼할 때까지 부모와 살다가 가정을 꾸리면서 독립하는 패턴을 유지했지만, 60년대 이후가 되면서 점차 결혼 이전에 자신만의 삶의 시기를 갖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립기가 등장하면서 부모는 자녀의 연애와 배우자 선택에 개입하기 힘들어졌고, 그 결과 이인종 결합과 동성 결혼, 동거 등 관습을 거스르는 결합 형태들이 확산되며 결혼가족제도의 포용성이 높아졌다.

저자는 이 과정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고 분석한다. 주류적 결합에 반대하는 사회 제도나 분위기와 격렬한 충돌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 특히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주 법률에 맞서 지루하고 치열한 재판들이 이어지며 저항이 격렬했다.

미국에서 동성 커플도 결혼할 합헌적인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결한 최초의 법원 판결은 1996년 하와이 주의 배어 대 미이케 판결이다. 이 판결은 버몬트 주, 캘리포니아 주, 쥬저지 주 등에 영향을 미쳤고, 2004년에는 매사추세츠 주에서 동성 커플이 결혼하는 시금석이 됐다.

2003년에는 미국 대법원이 동성애 금지법을 완전히 없애는데까지 진화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동성 커플 결혼의 광법위한 합법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그렇더라도 저자는 낙관적인 견해로 일관한다.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정치적 반동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생명력을 잃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자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바로 ‘자립기’의 확산으로 지목한다. 자립기가 결합의 종류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 우리가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에 따라 결혼제도의 포용성 또한 증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전히 이인종 커플과 동성 결혼 커플에 대한 부모들의 영향력이 존재하지만, 21세기 중반을 넘어서면 동성결혼 조차도 광범위하게 합법화가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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