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차가움, 아날로그로 녹여
디지털의 차가움, 아날로그로 녹여
  • 김기원
  • 승인 2014.12.1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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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 작가 개인전, 30일까지 갤러리선

석굴암·삼족오 등 이미지 자신이 그렸던 회화와 합성

신비롭고 환상적인 디지털 회화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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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 작가가 작품 앞에서 기념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생 길잡이가 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쯤 가졌다면 행운아다. 디지털 회화가 박남희 작가는 이런 강렬한 기억이 있다.

소녀시절 계산성당 결혼식에 가끔 화동으로 입장하면서 보았던 성당 내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쳤던 영롱한 빛의 향연이 그것이다.

어린 박남희에게 그 빛은 이 세상 너머에 존재하는 초현실 세계의 판타지처럼 신비롭고 몽환적이었다. “그 기억 속의 느낌이 이후 내 작품 속 판타지적 요소의 원류가 되었지요.”

갤러리선 개관전이자 작가의 23번째 개인전이 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도 ‘기억의 환상(Memory in Fantasy)’. 석굴암을 비롯한 신라의 불교유적, 고구려 벽화의 삼족오, 조선 민화 속 동물과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등의 이미지와 작가가 과거 그렸던 회화 작품을 합성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타지 넘치는 디지털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디지털 회화의 여러 가지 기법을 응용해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화려하고 환상적인 작품들로 판타지적 느낌에 충실하려 했어요”라고 했다.

그녀의 이번 작품은 이미지를 두 겹의 천으로 중첩해 여백을 최소화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중첩은 화려함과 판타지적 요소의 극대화를 위한 전략. 작가는 “디지털 회화의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유화의 여백은 공간의 깊이감을 주지만 디지털 회화의 여백은 힘을 떨어뜨립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이미지를 합성하고 천을 중첩했지요”라고 했다.

그녀는 디지털 회화 1세대 작가다. 디지털 프린팅 초창기부터 디지털 회화에 매료돼 미술과 IT가 융복합된 뉴미디어아트 분야의 개척자를 자임했다. “1989년도에 서울국제복장학원에서 디지털 프린팅하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지금은 디지털 회화가 낯설지 않지만 당시에는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회화를 하는 작가가 드물었어요.”

디지털 회화는 작가에게 자유로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구현하는데 더 없이 효과적인,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디지털의 차가움은 자신의 유화 작품을 이미지로 끌어들이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병행하며 극복했다.

작가는 30여 년 간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소녀시절 매료됐던 판타지적 감성을 일관되게 유지해 온 작가는 제자들에게 어떤 스승으로 비춰졌을까.

작가는 어릴 적 자신을 미술의 세계로 이끌었던 세 명의 스승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이셨던 박휘락 선생님께서는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창의성과 그림에 대한 재능을 일깨워주셨고, 대구미술연구소 서석규 선생님께는 초등학교 4학년인 어린 제자의 개인전을 주선할 만큼 열정적이셨어요. 이영륭 계명대 교수님도 잊지 못할 스승이였어요.”

그녀의 스승들이 그랬듯 그녀 역시 제자들과 마음으로 교감하며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 변화를 이끌려 노력하는 스승이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제자들의 풍요롭고 따뜻한 인성을 궁극적인 미술 교육의 바탕으로 삼았다. 그녀의 스승들이 그랬듯이.

미술가와 미술교육자를 겸해온 작가는 “나는 좋은 스승들을 만나 미술가와 미술교육자가 되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며 미술이 인간에게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되고, 미술을 더 풍요롭게 하는데 역할을 해왔다”며 “이 둘은 내게 각기 다른 분야가 아니라 ‘미술’이라는 이름 속에서 하나로 작용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2.4m 평면설치 연작 4시리즈와 다양한 크기의 디지털 회화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30일까지. (053)950-5684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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