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불편한 보행환경…개선사업도 초보 수준
서울의 과감한 ‘인도 10계명’ 정책 보고 배워야
인도가 만들어진 목적은 ‘보행자의 통행’이라지만,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과 통행을 방해하는 각종 장애물 및 적치물들은 보행자가 마음 편히 길을 걸을 수 없게 만든다.
18일 대구시내 곳곳에서 인도 위에 올라온 불법 주·정차 차량과 통행에 크게 방해되는 위치에 쌓아둔 적재물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도 위 버스 쉘터, 교통시설 지주, 가로수 중 일부가 인도 한가운데 설치돼 있는 것도 확인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인도의 연석을 높이거나 볼라드를 설치하는 등 인도 위로 올라오는 차량들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주차 공간 부족과 운전자 의식 미흡같이 근본적인 문제점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대구시내 28만여 그루에 달하는 가로수와 1천110여곳의 버스 쉘터, 대구시내 4천197대의 공중전화가 있는 공중전화 부스, 지면에서 1.5m 이상 돌출된 360여개의 탑형 환풍구 등이 인도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시는 보행자들이 인도에서 편하게 걷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행에 장애가 되는 시설물을 과감히 치우는 ‘인도 10계명’ 정책을 내놨다.
인도 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설물들을 보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없애거나 옮기는 내용을 담은 이 정책을 시행키로 서울시가 결정하면서, 대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보행환경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인도 10계명은 공중전화 부스, 우체통, 가로수, 버스 쉘터 등에 대한 인도 위 시설물 환경 개선으로 보행권을 확보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로변에 ‘포켓주차장’을 만든다는 계획은 인도 10계명의 백미다.
이처럼 서울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 위 장애물들을 걷어내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지만, 대구시의 보행환경개선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내에서 보행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서구 고성로, 북구 산격로와 대학로, 달성군 현풍중앙로 등 4곳이다.
총 사업비 110여억원을 들여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대구시 보행환경개선사업은 서울시의 경우와는 달리 주로 인도를 새롭게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보행자가 원활히 통행할 수 있는 인도 환경을 만드는 것은 도로계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며 “이미 설치된 인도의 경우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는 실제 폭을 일컫는 ‘보도 유효폭’을 2m 이상 확보하는 개선사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