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건반
  • 승인 2014.12.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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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형
유가형 시인
오늘 밤 얼룩말은 오래도록 뛸 모양이다

초록빛 우주에 빠져 버둥거리며

사자 무리에게 쫓기는가 보다

스타카토로 뛰어가는 저 말 무리들

오늘밤엔 피 흘리지 마라

달아나라 그래

더 세게 달아나라

마구 마구 뛰어라

난 숨이 차다 헐떡거려진다

달아나라 달아나라 힘껏 두들겨 보지만

가을 달빛의 거친 숨소리

갑자기 조용하네



사자 몇 마리 쭉 둘러섰나보다

저 얼룩말 곧...건반을 닦기 위해 하이에나가 뒤뚱거리고

하늘에서 달빛을 물고 독수리가 날아오겠구나

눈가로 잠이란 곤충이 고물고물


▷▶유가형(귀녀). 경남 거창 출생.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시집. ‘백양나무 껍질을 열다’ ‘기억의 속살’ 에세이집. ‘밤이 깊으면 어떻습니까’. 2009년 자랑스러운 대구 시민상 수상. 대구작가콜로퀴엄, 문협, 펜크럽 이사. 시인협회, 여성문인회 회원

<해설> 얼룩말이 스타카토로 뛰어가지만 그 얼룩말의 生과 死가 한순간에 끝나고 마는 아픈 정당성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의 생과 死가 저 건반 위 멜로디처럼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다만, 치열한 삶만 있을 뿐이다. -제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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