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무관심이 비수가 되어
편견과 무관심이 비수가 되어
  • 김무진
  • 승인 2015.01.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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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질 사회, 乙의 애환> 2. 공공기관 청소노동자

구성원으로 안봐주고

있는 듯 없는 듯

‘유령 취급’ 가장 힘들어

고용불안 스트레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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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동구청 본관 지하 1층 16㎡ 남짓한 규모의 환경미화원 대기실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무진기자
‘갑(甲)질’ 사회에서 저임금과 곱지 않은 시선 등 이중고를 겪으며 ‘슈퍼 (乙)’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자신들의 일터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묵묵히 일하지만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의 삶을 살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26일 오전 10시께 대구 동구청 본관 지하 1층 구내식당 옆 ‘환경미화원 대기실’. 16㎡(5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자 쾌쾌한 냄새와 함께 냉기가 느껴지는 가운데 아침 일을 끝낸 청소 노동자 5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머지 또 다른 1명은 일을 마치지 못해 함께 자리하지 못했다.

50~60대 여성 청소 노동자들은 대기실 내 전기패널 난방과 각자 가져온 이불에 의지, 추위를 피해 대화를 나누며 고단함을 달랬다.

하지만 대기실 환경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열악했다. 천장과 벽은 칠한 지 오래된 듯 했고 작은 전기밥솥 1개, 인근에서 주워온 소형 냉장고 1대, 믹스커피, 컵라면 등을 갖춘 게 전부였다. 또 마음 편히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 1대도 없는 등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고 있었다.

현재 동구청 본관과 신관 건물을 청소하는 노동자는 총 6명이다. 이들은 직접 고용 형태로 일을 하지만 11개월 단위로 계약해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다. 6명 노동자들의 근무 경력은 1년여에서부터 최고 2년2개월 가량이다. 이들의 근로시간은 계약서상 매주 월~금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지만 실제로는 오전 5시 30분쯤 나와 청소한다. 점심시간 및 근무시간을 포함해 총 3회 정도 식사를 하며 쉬는 것이 휴식의 전부다. 끼니는 매일 1인당 2개씩 싸오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식사시간은 아침 청소 후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때다. 이들이 일해 손에 거머쥐는 돈은 매월 100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근무 환경은 참을만 하다. 사회적으로 자신들을 낮은 계급으로 보는 편견이 이들의 사기를 꺽는다. 자신들이 일을 하고 있을 때 있는 듯, 없는 듯 ‘유령’처럼 취급당하는 무관심이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 또 연말에는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용불안에 따른 스트레스도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이들은 묵묵히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정미(여·62)씨는 “다소 열악한 근무환경과 고용불안에 대한 스트레스는 다른 공공기관 역시 비슷한 사정으로 알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아울러 청소 노동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같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봐주고 가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등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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