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반지하 어린이 집’ 책임 공방
아파트 ‘반지하 어린이 집’ 책임 공방
  • 정민지
  • 승인 2015.01.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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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위반…수년째 방치
대구 서구 입주민 손배訴
시공사 “허가 받고 지어”
구청 “당시 상황 모른다”
지하어린이집
대구 서구의 한 아파트 어린이집이 법적 기준에 맞지 않는 반지하에 지어져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정민지기자
대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이 반지하에 만들어져 수년째 방치중인 가운데, 시공사와 지자체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대구 서구 A아파트 어린이집은 설치기준에 맞지 않게 만들어져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주택재건축사업에 따라 2004년 12월 사업시행 신청을 해 이듬해 서구청의 인가를 받아 지난 2009년 준공된 이래 5년째다.

최근 이 아파트 입주민대표자회의는 서구청과 재건축조합, 시공사 등을 상대로 4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어린이집 입점 입찰을 본 업체가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아파트가 입은 손해 등을 산정했다.

27일 A아파트 단지 어린이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내리막 길가에 위치한 1층처럼 보였다. 경사가 진 어린이집 입구로 내려가보니 바깥으로 난 창문으로 햇볕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반대편 벽은 막혀있었다. 텅빈 내부의 알록달록한 벽지와 천장만이 어린이집임을 알게 했다.

서구청과 영유아보호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4면의 80%이상이 지상에 있는 건축물 1층에 설치해야 하지만 이 곳은 한 면만 외부로 드러날 뿐이었다.

또 건축법상의 층수와 관계없이 실제 층수를 기준으로 1층을 따지기 때문에 이곳은 반지하층에 해당, 어린이집을 만들 수 없다.

아파트 주민 B씨는 “당시 아파트를 만들 때 터를 파서 관리실이나 공동시설을 아래에 두고 위로 아파트를 올리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앞에서 보면 1층이지만 실제로는 지하인 공간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며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달서구의 한 아파트도 같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곳을 어린이집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입주민들은 손해를 입었지만 관계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서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사업시행 인가를 하는 과정에서 해당부서에 관련 법규 검토 의견을 물었지만 특별한 지적이 없었다. 애초 시공사에서 설계를 할 때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며 “관련법을 검토해 기준이 덜 까다로운 용도로 변경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의 주민공동시설은 과거 의무시설로 용도를 변경할 수 없었지만 지난해 법개정으로 이용도나 선호도가 낮아 방치된 경우 용도변경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생각이다.

이동열 입주민대표회장은 “구청에서는 담당자가 바뀌어 당시 상황을 알 수 없다고 하고 시공사는 허가를 받아 지었다고 하니 주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며 “용도변경을 하려면 입주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을 뿐더러 현재 공간에 들어설만한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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