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 여동생의 죽음’ 막을 수 있었다
‘딱한 여동생의 죽음’ 막을 수 있었다
  • 김지홍
  • 승인 2015.01.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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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며칠 전에도 장애 언니와 함께 자살 시도

주변에 사인 보냈으나 결국 아무런 조치 안해

사회 무관심 복지사각 방치…극단적 선택 불러
지적장애가 있는 언니를 혼자 돌보던 20대 여성이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본지 1월 27일 5면 참조)은 사회적 관심이 있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일전 이 여성이 언니와 함께 자살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사실이 있어 이웃과 기관의 대책마련이 필요했으나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없었다.

대구 경찰과 남구청 등에 따르면, R(28)씨는 지난 20일에도 언니와 함께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후 6시께 대구 남구의 한 원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언니가 현관문을 열고 나와 “집 안에 불이 났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한 건물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R씨는 착화탄을 피우고 언니와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언니가 밖으로 뛰어 나가 실패했다.

한바탕 소동으로 동 주민센터에서 이들 집에 한번 찾아갔지만, 자살을 막기위해 자살예방 상담센터와 연계를 하거나 장애인 가구에 대한 구체적인 혜택을 소개해주는 등의 기본적인 조치는 없었다.

이웃들도 이들의 아픔과 자살 우려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R씨를 찾아갔던 동 주민센터 직원은 “현장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결국, R씨는 1차 자살 시도후 4일 뒤 “지쳤다”는 유서를 남기고 혼자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R씨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혼자 언니를 돌봐야만 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와는 연락이 끊겼다. 대구에 사는 할머니가 한동안 언니를 보살폈으나, 지난해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2012년 1월 대구 동구의 장애인시설에 언니를 입소시켰지만, 지난 14일 퇴소했다. 언니가 동생과 함께 지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R씨는 지난 12일 언니와의 생활에 대비해 동주민센터에서 복지혜택 등에 대해 기초상담을 받고 조만간 2차 상담을 약속하고 돌아갔다.

기초 상담 당시 종합장애 1급(지적장애 2급·정신장애 3급)인 언니와 생활하면 내달부터 전깃세와 수도세 등에 할인과 함께 생계비로 최대 49만9천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안내받았다.

안정적인 직업없이 대형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던 R씨는 언니를 부양해도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얻지 못했다.

매달 36만원씩 내는 월세도 2달이나 밀렸고, 카드빚 등 30만원이 쌓인데다 장애 언니를 수발해야한다는 심적인 부담감으로 R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이미 한계 상황에 닿았다는 것을 자살을 시도하면서 사회에 사인을 보냈으나, 결과적으로 주변의 안이한 대처가 이들을 내버려둔 셈”이라며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에 대한 처우나 긴급복지지원 등의 구원 조치가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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