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낼 수 없는 맛·수수한 멋·울려퍼지는 선율… 잘 차려진 ‘힐링 밥상’
흉내낼 수 없는 맛·수수한 멋·울려퍼지는 선율… 잘 차려진 ‘힐링 밥상’
  • 지현기
  • 승인 2015.02.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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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종가음식 어디까지 왔나
<하> 국악과 어우러지는 상차림 ‘오감만족’
안동종가음식체험관 700㎡ 대형공간
안뜰·툇마루·장독대 등 전통정원 갖춰
혼례·회갑연 등 대형연회실 활용 가능
대금독주·통기타·하회탈춤 등 공연도
㈜예미정 조일호 대표는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과 종가음식 메뉴 개발만으로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통 한옥에서 많은 인원을 수용, 교육사업과 관광음식사업, 전통문화사업을 병행해 추진 할 수 있을까’라는 ㈜예미정의 고민은 목조 건축물로는 보기 드물게 900여㎡ 짜리 대형공간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한옥을 설계토록했다. 추녀 끝선과 창호문, 기와 곡선과 전통 정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리면서 널찍하게 완성된 2층짜리 옥내 공간은 웬만한 컨벤션 센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종가음식체험관 안뜰과 뒷마당도 옥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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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종가음식체험관 별채 안마당 전경.
안동종가음식 산업화에 나선 ㈜예미정이 준공한 안동종가음식체험관은 모두 700여㎡에 이르는 한옥건물이다. 특히 본채 400여㎡, 별채 300여㎡인 체험관은 각기 기능을 달리한다.

본채는 60여㎡의 전시·자료관과 50여㎡의 종가음식 상설시연장, 270여㎡ 강의실·조리체험장과 120㎡규모의 체험객 휴게실이 따로 마련돼 있으며 체험관장과 관리팀, 문화예술팀 등이 근무하는 사무동 60여㎡이다.

별채는 맛체험관으로 운영될 예정이지만 김장담그기와 메주만들기, 된장담그기 등 장독대를 활용한 계절별 체험 교육장으로도 이용된다.

또 안동지역 각 종가집을 홍보하고 안내하는 종가음식 터미널 역할에도 나설 예정이다.

고즈넉한 종가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종부의 손맛도 체험하고 종손과의 깊은 대화도 할 수 있는 전통고유의 한옥은 안동간고등어가 지역 어물전들과 어깨동무하고 사업을 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상호간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

체험관 부대시설인 360여㎡ 짜리 ㄱ자 한옥에는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위한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이 설치돼 있다.

한옥의 안뜰과 뒷마당은 물론 대청마루와 툇마루까지 옥내화 했으며, 연못과 장독대, 디딜방아 등도 모두 옥내에 꾸며졌다.

이로 인해 한겨울 엄동설한에도 창호 문짝을 열고 한옥의 멋을 만끽할 수 있는 등 대청마루 상차림은 겨울은 물론 사시사철 운치를 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라는 안뜰은 옥내임에도 100여㎡ 규모의 채광창을 통해 햇볕이 하루종일 내리쬔다. 특히 겨울철 햇볕은 방안 깊숙이까지 들어 와 이른 봄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뒷마당 담장에 마련된 아궁이에는 장작불이 마치 벽난로처럼 가마솥을 달구면서 전체 난방에도 일조한다.



△체험관 자립운영 위해 부대시설로 수익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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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종가음식 맛체험관 내부.
한옥사업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내부협소와 여름철 파리, 모기가 극성스럽고 방풍과 방한, 냉난방 또한 난감한 것도 한옥사업의 대형화를 가로 막는 요인이다.

특히 밤이면 나방 떼가 가옥전체를 뒤덮을 듯 날아들어 대부분 임시방편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유리·천막을 씌워 서까래의 추녀선과 기와지붕선 등 한옥의 멋스러움을 가로막고 있다.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 2층 목조건물은 이같은 한옥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해 앞으로 한옥사업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돼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예미정이 체험관 부대시설의 활용도를 높인데는 종가음식체험관의 자립기반을 기업적 측면에서 획득하기 위해서다.

일반음식점으로는 체험관 종사자들의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 전통혼례, 회갑연, 돌잔치, 상견례는 물론 4백여명이 한자리에서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대형 연회실 기능을 부가하기 위한 것.

또 특산품 판매장과 커피숍을 겸한 전통찻집, 향토음식점 등 체험객들의 편의시설을 갖춰 안동종가음식 타운의 기능도 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일부 공간은 옥내체험 교육장으로도 활용한다.

가마솥으로 시루떡 찌기와 소줏고리로 술 증류하기, 솥두껑으로 전 부치기 등 전통방식의 조리체험 교육은 마당에서나 가능하지만 옥내로 구축된 이곳은 모든 것이 가능해 사계절 전천후 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다시 말해 체험관은 본래의 체험교육 기능에 충실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공동브랜드 사업과 가공공장사업 등 안동종가음식의 산업화는 체험관을 둘러 싼 부대시설에서 일으키겠다는 기업적 슬기로움이 엿보인다.



△국악, 탈춤과 조화 이루는 퓨전 종가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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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종가음식체험관 한옥 전경.
“밥 먹을 때는 입 다물고 먹어야 해” 입 다물고 밥만 먹는 풍습은 한국에만 있지 지구촌 어디에도 입 꽉 다물고 밥만 먹는 곳은 없다.

㈜예미정은 이런 전통풍습을 과감히 깨고 안동종가집 상차림에 음악도 올렸다.

안동비빔밥을 개발하고 7첩·9첩 반상을 퓨전화해 안동건진국수와 누름국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가집 상차림을 창조적으로 개발해 낸 ㈜예미정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 보고, 귀로 음악을 듣는 ‘오감만족 퓨전 상차림’을 선보일 예정이다.

체험관 부대시설에 마련된 전통 스타일의 연회장은 안동지역 향토 문예인들이 나서 손님들을 위한 무대를 꾸며 낸다.

전통음악인 대금독주와 가야금 병창은 물론이고 해금독주, 전통가곡에다 퓨전국악, 통기타 가수들에 이르기까지 파트타임으로 공연을 한다.

출연료는 음식점 월 매출과 연동제로 제공되는 음식값에 공연비를 아예 포함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메뉴판에는 음식상차림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해 하회탈춤, 병산탈춤 공연 등으로 공연 메뉴도 함께 선보이고, 한복차림의 종가음식 스토리텔러들의 서비스도 메뉴화 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한옥과 국악, 한복이 한데 어우러지고 옷칠 전북 남원산 교잣상이 체험객들의 품격을 한층 더 엎그레이드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예미정 조일호 대표는 “한식에는 한옥이 필요하고 국악 등 전통공연도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돼 세계화 추세에 맞춰 공연이 있는 종가음식으로 메뉴를 짜고 있다”며 “안동지역 명가와 향토 국악인들이 모여 함께 맛체험관을 운영한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소프트 웨어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지현기기자 jhk@idaegu.co.kr

 △3.1절 앞두고 항일 순국지사 추산 권기일 선생의 도만행렬 재연

 한편, 광복 70주년인 올해 3.1절을 앞두고 오는 28일 오후 4시부터 안동권씨 부정공파 대곡문중에서 종가로 사용하는 예미정 별관에서 100년 전 항일 순국지사 추산 권기일 선생의 가족들이 정든 고향을 등지고 만주로 향하는 도만행렬 재연 행사가 열린다.

 추산 가족들이 만주로 떠난지 만 103년 만에 처음 복원해 재연하는 이번 행사는 당시 나라잃은 백성들의 처절한 모습과 항일 독립지사 가족들의 숙연한 모습을 일제 강점기 옛 그대로 재연할 예정이다.

 대곡문중이 독립운동 군자금으로 천석에 이르는 종중 재산을 모두 처분해 황금 두자루로 바꿔 소달구지에 숨겨 석주 이상룡 선생이 머물고 있는 서간도 통화현 추가가 마을로 운반했던 모습 등 안동권씨 부정공파 대곡문중의 호국충절의 정신을 차세대로 이어가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1부 행사로, 도만 항일순국지사 추산 권기일 선생을 추념하는 시 낭독과 신흥무관학교 교가 제창을 시작으로, 추산의 독립운동에 대한 경과보고에 이어, 2부 행사로 추산이 조부에게 하직인사를 한 후 식솔들과 함께 가재도구를 실은 2대의 소달구지를 따라 고향마을을 떠나는 것을 상황극 형태로 연출한다.

 추산의 손자, 안동권씨 대곡문중 종손 권대용(67)씨는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100년 전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국만리 만주 독립운동에 나선 할아버지의 기막힌 심정이 가슴에 그대로 와 닿는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자라나는 차세대들이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고 우국충정과 호국충절의 정신을 가다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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