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도갤러리 ‘청년작가 프로모션’ 올해의 작가 정승혜
분도갤러리 ‘청년작가 프로모션’ 올해의 작가 정승혜
  • 황인옥
  • 승인 2015.03.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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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이 되고…선은 한편의 그림이 되다

삶의 이야기, 선과 색 되어 오롯이 작품에 담겨

월간미술 선정 떠오르는 신예 작가 100인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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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그림 공부를 하던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기 엄마가 많이 아프셨고, 대학 3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엄마의 죽음이 가져다 준 주체할 수 없는 상실감이 오롯이 그림에 담겼어요,”

정승혜의 그림은 자기 독백이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었던 개인사로부터 비롯된 아픈 감정들을 그림에 직접적으로 담았다. 2012년 8월 그녀의 개인전에서 만난 그림들이 무거웠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2년 6개월 만에 갤러리 분도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 다시 만난 정승혜의 작품은 변해 있었다. 드로잉에 굵은 선과 색이 추가됐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아져 있었다. 그녀는 “‘왜 내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파고들다 변하게 됐다”고 했다.

“제가 그림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담다 보니 사람들이 ‘개인사를 너무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보다 객관화, 세련화해서 일반적인 이야기로 승화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화가는 그래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그녀는 고민했고, 사람들이 던진 질문을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승혜의 작업에는 굵고 각진 선이 들어간 강렬한 드로잉이 기본으로 깔린다. 이후 드로잉을 컴퓨터로 옮기고 컴퓨터 작업으로 파스텔톤의 색을 입힌다. “내 감정을 죽이고 일반화하기 위해 선을 굵게 쓰고 파스텔조의 색을 입혔어요. 그래도 출발은 제 이야기가 되지요.”

그녀의 드로잉에는 마치 카메라로 줌인 해 특정 부분만 확대해 찍은 사진처럼 강렬함을 품고 있다. 예컨대 뜨개질하고 손, 잘 차려 입은 코트에 둘러진 허리부분의 벨트, 창문에 휘날리는 커튼 등이 그것이다. “경험한 이미지, 영화의 한 장면, 작품 속 이미지 중에서 순간적으로 제 감성이 강렬하게 반응한 것을 표현했어요. 마치 카메라의 줌인 기능처럼요.”

이번 개인전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2년 전 개인전에서 만난 작품보다 밝았다. 작가는 “밝은 것을 가까이 하면 나 역시 밝아질 것 같아 의도적으로 밝게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개입시킨 밝음은 관람객과 진심 어린 감응을 하기에 역부족일터. 그녀의 작품은 객관적으로 봐도 따뜻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의도성도 있지만 제 스스로 밝아지기도 한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면서 제 내면도 밝아진 것이 사실이니까요.”라고 응수했다.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지난해 월간미술이 꼽은 새로운 작가 100인에 등재 된 떠오르는 신예다. 하지만 미술계에 존재감은 크지 않다. 시끌벅적한 세상보다 혼자 조용히 작업하는 개인적인 스타일 탓이 크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변화를 시도한다. 그림이 변했듯 ‘세상과 관계 맺기’에도 조금씩 균형점을 찾고 있는 것.

작가로써 이제 시작이라는 젊은 그녀에게 미래의 모습을 그려 달라는 한참 나간 질문을 던졌다. “제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들이 제 그림을 통해 힐링하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유명해져서 명예를 크게 얻기보다 할머니가 되어도 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작가로 계속 활동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분도갤러리가 진행하는 ‘청년작가 프로모션’ 올해의 작가인 정승혜의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과 설치 최근작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1일까지. 053)426-561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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