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배우는 학교 경영
어린이에게 배우는 학교 경영
  • 승인 2015.03.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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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대진초등학교장
봄 햇살 따사로운 3월 초, 초등학교들마다 전교회장단 선거를 한다. 전교회장단이 되면 나름대로 학교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각오가 새롭다. 우리 학교에서도 뽑힌 전교회장단이 학교 꽃밭에 봄꽃을 심는 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첫 어린이회 회의도 했다. 회의 결과는 전교회장단이 학교 방송을 통해 직접 전달하도록 했다. 전교회장단의 회의 결과를 전체 방송 형식으로 바꾼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각반에서 의논해서 들고 온 건의사항들을 듣다 보니 어린이들한테도 학교 시설이며 중요 학교 교육활동들에 대하여 서로 정보를 나누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였다. 각반 회장단이 전교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이번 달에 실천할 일을 정해서 각반에서 회의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했다. 이번 달 실천 할 일은 ‘인사 잘 하는 방법’에 대하여서이므로 각반에서 정해온 것을 발표했다. 인사왕을 뽑아 각 반 게시판에 게시해주자, 인사 잘하는 교육을 하자 등 다양한 의견들을 들고 왔다. 전교회장단 회의에서 표결로 정한 것은 각 반 인사왕을 비밀 투표로 뽑아서 칭찬해주자는 것이었다. 학교장은 그 자리에서 인사왕이 뽑히면 어린이날 인사왕 시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다음으로 각반에서 들고 온 건의사항에 대하여 전교부회장이 의논된 결과를 전달하였다.

“전교 부회장 박겸모입니다. 어제 전교 어린이회의에서 건의사항으로 들어온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운동장에 골대를 하나 더 세워달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좁은 운동장에 골대를 세워 급식실 쪽으로 공이 날아가면 학생들이 다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의견으로 모아졌습니다.

둘째, 학년별 운동장 이용 시간을 잘 지키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5학년이 배정받은 시간에 6학년이 학교 안 운동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교 밖 운동장 배정받은 학년은 학교 밖 운동장을 이용하자, 즉 스스로 학년별 배정시간을 잘 지켜나가자고 의논하였습니다.

셋째, 음악실 TV를 좋은 것으로 바꿔달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건의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벌써부터 음악실 TV와 6학년 6반과 6학년 7반 TV가 오래되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것으로 바꾸기로 계획하고 있다 합니다.

넷째, 교실 사물함에 자석이 고장 난 것을 고쳐달라는 의견에 행정실장님이 답을 해주셨습니다. 사물함의 자석만 바꾸어 쓸 수 있으면 자석을 바꾸어 달고, 자석만 고쳐서 쓸 수 없는 것 같으면 사물함을 새 걸로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학교에 돈이 있을 때 고쳐주게 된다고 하십니다.

다섯째, 점심시간에 케이 팝을 틀어달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학년 점심시간에 1,2학년은 공부를 하는 공부시간이기 때문에 시끄럽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의견 등 반대 의견이 많아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도서실 만화책을 고학년에게도 대출해달라고 건의를 한 반이 있었는데 만화책은 1학년도 도서실에서만 보고 집에 대출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학년은 학년성에 맞는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모아졌습니다.”

이렇게 회장단이 회의 결과를 전달한 데 이어 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교장선생님은 어제 어린이 여러분에게 한 가지 배운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학교 시설에 대해서도 어린이 여러분과 의논하고 안내를 잘해주어야 겠구나 하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시설과 몇 가지 교육활동에 대하여 안내드리겠습니다.”

하며 올해 대구시교육청에서 천만 원 예산을 얻어 5층 도서실을 1층으로 옮겨 스토리텔링방도 꾸미고 전자 검색대도 설치하고 인문학 책도 구입하려고 작업 중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아울러 이제는 도서실이 1층에 있으니 부모님이 학생들을 데리러 왔을 때도 어두운 복도에서 기다리지 말고 도서실에서 책 읽고 계시다가 학생을 데려가도록 부모님과 약속하자고 안내하였다. 또, 달서구청에서 1천650만원을 지원 받아 친환경 급식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과 특수반인 큰별교실을 신설하게 되었는데 학습이 부족한 아이 뿐 아니라 영재교육에 관심 있는 아이도 큰별 교실 선생님을 찾도록 안내하였다. 또, 올해부터 사랑의 도시락 데이를 운영하는데 이 날은 도시락을 먹은 뒤 부모님께 감사의 쪽지 편지를 써드리자는 이야기도 했다. 학생들의 큰 관심사인 학교 운동회, 예술제, 꿈끼 발표대회 등 행사 위주의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안내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학교장이 참 멍청하였다는 반성이 되었다. 이런 중요한 것들을 선생님들을 통해서만 전달하였고 학부모총회 때 나 이야기하려고 하고 있었으니…. 학생들은 이런 교장에게 학교의 주인은 교사나 학부모가 아니라 학생인 우리들이라고 건의사항들을 통해 학교장의 학교 경영방법을 가르쳐 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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