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표 33인 얼굴에 시대정신을 담다...권순철 개인전, 6월 2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민족대표 33인 얼굴에 시대정신을 담다...권순철 개인전, 6월 2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 황인옥
  • 승인 2015.04.26 10: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미독립선언서 낭독자 모티브
삶의 질곡, 주름 속 켜켜이 쌓여
‘생존’에 대한 간절한 울림 녹아
한국의 美로 서구 문화에 일침
“민족 고유성, 풍요로움 이끌어”
권순철개인전
권순철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전경.

둔탁한 얼굴 드로잉 33개가 3개의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얼굴로 도배된 전시장 공기가 둔탁함과 소박함, 무거움과 친근함으로 교차하고 있다. 두꺼운 한지 속에 표현된 33은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33인에서 모티브를 땄다. 민족대표 33인이 당시에 품었던 국가와 민족을 향한 ‘생존’에 대한 간절한 울림이 작품 속 의미로 차용된 것. 최근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에서 만나고 있는 권순철(72·사진)화백의 작품이다.

권 화백이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펼쳐온 주제는 ‘한국적인 것’. 서구 문화가 물밀듯이 밀려왔던 60년대 대학시절 그의 예술적 자각이 ‘우리것 찾기’였다. ‘우리것 찾기’에 담긴 속내는 ‘정체성 회복’을 통한 ‘자존감 높이기’였다. 이는 곧 무조건적 서양바라기 현상에 대한 일침과도 일맥상통했다. “제 대학시기였던 60년대는 서구미술, 서구문화가 밀려오던 때였고, 사회적으로 그에 대한 반사로 미술, 연극, 음악 등에서 우리 것 찾기에 대한 사조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나 역시 그런 관점 속에서 한국적인 것을 찾았지요.”

화가인 그가 정체성 회복을 위해 몰두한 것은 ‘한국의 미(美)’ 찾기다. 대표적으로 활용한 3가지 주제는 얼굴, 산, 넋 3가지였다. “외세의 침탈, 민족 전쟁, 분단 등의 역사 속에서 축적된 고유의 넋, 한 등의 추상적인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조형적으로 표현할까 고민했죠. 결국 얼굴, 산, 넋이 우리의 고유미로 수렴됐어요.”

이번 전시에 걸린 33인의 얼굴 드로잉은 70, 80년대의 스케치를 1997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가 한국의 미, 한국의 넋, 한국의 시대정신으로 담아낸 얼굴들이다. 삶의 질곡이 주름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선굵은 얼굴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노인들. 권 화백은 “우리 고유의 정신, 한, 넋을 노인들의 얼굴에서 찾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얼굴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질곡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달았다. 이번 전시작에는 33인의 얼굴 외에도 몸을 주제로한 2003년작 ‘넋, 몸’ 작품도 걸려있다. ‘몸’ 시리즈는 그의 우리것 찾기로 현재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표현 방식이다. “미스코리아 선발의 기준이 서양의 8등신에 맞춰져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서양의 미 기준이지 우리 기준은 아니지 않아요? 우리는 7등신에 가까워요. 문화적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8등신이냐 7등신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있어야 해요. 저는 우리의 얼굴표준, 신체표준을 미술하는 사람이 찾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 화백은 서울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에서 민중의 얼굴에서 정체성 찾기로 명성을 쌓은 후, 1989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파리 거주 한국 미술가들의 모임인 ‘소나무회’에 소속되어 ‘우리것 찾기’를 이어갔다. 그는 파리에서의 활동을 “우리 것을 보여주기 위한 씨름의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파리에서 ‘우리것 보여주기’의 핵심은 지구촌의 다양성, 풍요로움에 대한 염원이다. 권 화백은 “제 창작 속에는 정체성 회복 못지 않게 인류의 풍요로움을 바라는 마음도 큰 비율로 담겨 있어요. 요즘 어떤 분야에서는 통합된 지구를 추구하고 있지만 각 민족의 고유성도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 민족의 고유성들은 결국 우리를 풍요로움으로 이끄니까요. 그 과정 속에 우리의 고유성이 있지 않겠어요?” 전시는 6월 21일까지. 053)661-352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