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무료 장수사진 ‘孝를 찍는 남자’
20년째 무료 장수사진 ‘孝를 찍는 남자’
  • 정민지
  • 승인 2015.05.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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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청 직원 안재용씨

취약계층 어르신 대상

촬영·액자제작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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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구 달서구청 사진업무를 담당하는 안재용씨(오른쪽)가 지난달 찍은 장수사진을 전달하기 위해 신당동의 한 주택을 찾았다. 정민지기자
28일 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한 주택 3층에 액자를 든 안재용(48)씨가 들어섰다. 손에 들린 액자는 총 3개. 방형호(81) 할아버지 부부의 ‘장수사진’이다.

지난달 28일 안씨가 촬영부터 액자제작까지 재능기부로 매년 진행하는 장수사진 무료촬영 행사에 방 할아버지 내외는 유일하게 ‘커플’로 참여했다. 이를 알아본 안씨가 단독사진에 더해 부부 사진을 찍어 이날 직접 전해주러 온 것.

할머니와 함께 나온 사진을 한동안 보던 방 할아버지는 “이 사진 하나만으로 감개무량하다”며 “사진 잘 나왔다”고 연신 고마워했다.

달서구청에서 25년째 사진업무를 담당하는 안재용씨가 ‘장수사진’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십 수년전 고향 영천에 가니 동네 형님이 가족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알겠다’고 하고나서 미루다 1년 만에 그 형님이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많은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았고 그후 ‘장수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안씨는 개인 후원자들과 함께 70세 이상 독거노인 등 저소득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때로는 미용실을 빌려 찍기도 하고, 직접 가서 촬영하기도 했다.

1996년 시작해 20년간 장수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많다. “한번은 30대 남성이 장수사진 신청을 했다. 알고보니 고교때 류마티스가 발병해 움직일 수가 없어 누워지내는 분이었다. 이분의 할머니가 아프기 전 사진을 주셔서 건강할 때 얼굴로 합성을 해주기도 했다. 장수사진을 전달하고 다음날 돌아가신 어르신도 있었다.”

사고난지 30분만에 도착한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현장과 와룡산 개구리 소년들의 졸업식 날 아이들의 빈 책상 역시 달서구를 기록해야 하는 그의 일이었다.

슬픔과 기쁨이 넘치는 곳 일선에 있었던 안씨는 지난해 ‘가족’을 주제로 10여년간 작업한 사진을 모아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매일 수백장의 사진을 찍는 직업을 가졌지만, 또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교 사진동아리에서 시작해 대학전공, 정훈병으로 군대 사진업무, 1992년 달서구청에 들어와 지금까지 30년을 사진과 함께 했다. 아내는 매일 사진을 찍는데 지겹지 않냐고 묻는다. 사실 나는 사진이 있어 120% 내 삶에 만족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안씨는 달서구청 사진동아리 ‘달서포토’를 이끌고 각 구청 사진담당 직원들의 모임인 ‘달구벌홍보회’ 회장인데다, 봉사동아리 2곳에서 활동중이기도 하다. 축구동아리도 빼먹을 수 없고, 이번 주말에는 영천에 가서 모내기도 도와야 한다.

“일은 ‘사람’이 한다”는 그, 오늘도 파이팅이 넘쳤다.

정민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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