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 리뷰>불꽃처럼 강렬했던 130분...세계 무대와 어깨 나란히
<대구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 리뷰>불꽃처럼 강렬했던 130분...세계 무대와 어깨 나란히
  • 황인옥
  • 승인 2015.07.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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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제작공식 버리고 대중성 초점
신비로운 무대 연출·음악 ‘신의 한수’
칼라프 역 이건명·이창민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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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투란도트’ 가 제9회 딤프 특별공연으로 11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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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투란도트’를 연출한 유희성 연출자는 공연 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자신 있다”며 호언장담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판도라 상자가 열리자 예상 기대치를 훌쩍 넘겼다. 대구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이 함께 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의 지난 3일 오픈리허설 공연과 4일 첫 공연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함을 놓치지 않았다. 인터미션 20분을 포함한 130분의 러닝티임이 찰나의 불꽃처럼 강렬하면서도 신비롭게 타올랐다.

이날 초대된 관객들은 깊은 수중 왕국 ‘오카케오마레(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차가운 심장을 가진 얼음공주 투란도트와 나라를 잃어버린 왕자 칼라프의 수수께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정한 사랑을 향한 치열한 투쟁에 온전히 동화되며 일희일비(一喜一悲)를 오갔다. 유 연출가의 공연 전 호언장담 속 명징한 자신감이 ‘이유 있음’으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뮤지컬 ‘투란도트’는 4년 전 인 2011년 제5회 딤프 개막작으로 초연 무대를 가졌다. 당시 딤프 측은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하는 타 지자체들의 일반적인 창작뮤지컬 제작 공식을 따를 것인지, 지역 색을 벗어나 글로벌한 뮤지컬로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기로에 섰다.

딤프 측은 후자 쪽에 손을 들었고, 세계4대 오페라로 꼽히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각색한 뮤지컬 ‘투란도트’를 딤프의 첫 창작뮤지컬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오페라 ‘투란도트’를 뮤지컬로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오페라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신의 한수가 화룡점정처럼 얹혀야 하기 때문이다. 딤프 측의 신의 한수는 공간적인 요소와 음악에 맞춰졌다.

딤프와 유 연출가는 고대 상상 속 중국을 바다가 전부인 세상, 물 속 수중 왕국으로 과감하게 바꾸고 뮤지컬 작곡가로 촉망받는 장소영 음악감독의 아름다운 넘버들을 입혔다.

3년 만에 제9회 딤프 특별공연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투란도트는 어땠을까. 2회에 걸쳐 관람한 ‘투란도트’는 수중 왕국이 주는 신비감이 상상력을 자극했고, 얼음처럼 차가운 투란도트 공주와 진정한 사랑을 향한 칼라프 왕자의 사랑과 죽음 사이의 아슬아슬한 곡예에 포커스를 맞춘 심플한 구성은 물 속 수중 왕국의 신비감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다채로운 장소영의 음악들은 스펙타클하면서도 아름다웠고, 오페라와 달리 새롭게 추가한 역동적인 군무는 무대의 여백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눈의 호사를 책임졌다.

이번 공연의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초호화 캐스팅. 성악을 전공한 노래와 연기 모두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박소연의 투란도트는 초연멤버의 완숙미로 칼날 같은 차가움과 날카로움으로 무대를 장악했고, 4년 만에 돌아온 또 다른 히로인인 나비는 4년 전보다 한층 깊어진 노래와 연기를 펼쳤다.

이건명과 이창민의 대결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대형 뮤지컬에 첫 도전장을 던진 이창민의 칼라프는 처음부터 자신의 옷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그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들은 여심을 사로잡았다. 초연멤버 이건명이 강한 칼라프였다면, 이창민은 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칼라프였다.

다양한 호재(好材)들 속에서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극적 효과를 최대화 하는 무대 특수 장치나 효과가 못내 아쉬웠던 것. 이 효과나 장치들이 몇 장면에서 가미된다면 딤프 산(産)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세계 오리지널 뮤지컬과 어깨를 겨뤄볼 만 했다.

한편 유희성 연출자의 이유 있는 자신감을 확인 할 수 있는 뮤지컬 ‘투란도트’는 11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1~5만원. 053)622-194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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