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형국 劉, TK도 부담
사퇴 시기 스스로 결정할듯
친박, 사퇴 종용 준비 태세
시간 지연될수록 여론 부담
유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오늘은 별 이야기를 안 할 것”이라고 말하며 입장표명을 거부한데 이어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건 표결 불발 이후에도 ‘오늘 거취 관련 입장을 표명하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며 거취에 대한 표명을 하지 않았다.
여의도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사실상 사퇴를 거부한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며, 적어도 친박계가 정해놓은 시나리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거취를 고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 원내대표가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이를 둘러싼 여당내 갈등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입장표명을 거부함에 따라 당장 이날 오후부터 사퇴를 종용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 원내대표가 7일에도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친박계의 ‘집단행동’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친박계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카드는 ‘재신임 묻기 위한 의총 소집’, ‘친박계 최고위원 동반 사퇴’ 등 두 가지다. 문제는 두 카드 모두 명분도 실리도 잃을 수 있는 모험에 가까운 수라는 점이다.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계속 되며 시간이 지연될 수록 여론 또한 유 원내대표에게 우호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친박계에는 부담이다. 6월 임시회 종료 직후 메르스 추경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7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것도 유 원내대표에겐 호재다.
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이자 야당과의 협상창구인 원내대표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그만큼 현안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에게도 부담스러운 지점은 있다. 우선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사퇴’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김을동 최고위원과 ‘러닝메이트’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제외하곤 모두 자신의 반대쪽에 서게 되며 지도부 안에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형국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의 여론이 유 원내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역 정가에서 ‘유승민 정국’이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대결로 비춰지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갈등양상이 장기화 될 경우 유 원내대표에게 부정적 여론으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맹주’ 입지를 다지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친박계와 계속해서 부딪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지역 민심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비박계 일각에서는 극단적 대결을 해소하고 친박계와 유 원내대표 모두에게 명분이 마련될 수 있도록 유 원내대표를 몰아세우기 보단 추경 예산 처리 이후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는 원만한 해법을 내세울 것을 친박계에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