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된 앎이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된 앎이다
  • 승인 2015.07.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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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는 끊임없이 문답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말을 몰던 하인 창대와의 문답 중에는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

북경에서 열하로 가던 중 길가에서 코끼리를 보게 된다. “범과 코끼리, 쥐 중에서 어느 동물이 가장 무서운 동물이냐?”고 말위에서 창대에게 묻는다.

“쥐는 범을 무서워하고 범은 코끼리를 무서워하고 코끼리는 쥐를 무서워하니 뭐가 정답입니까?”하고 창대는 되묻는다.

“정답이 없다가 정답이다.”이라고 말한다.

이 날의 일기에서 연암은 ‘아는 것은 안다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된 앎.’이라고 말한 공자의 학문에 대한 겸허한 구도적 정신인 학문의 본질에 대하여 말을 타고 가면서 하인들과 대화로 되새기고 있다.

그러면서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다.’라고 훈화한다. 연암은 모든 일들은 지식을 배경으로 하면서 체험과 실제적 사실을 가장 중요시하는 실학자였던 것이다.

공자의 십대 제자 중에는 정사(政事)에 제일인자인 자로(계유)가 있었다. 자로는 원래 불량배였는데 공자가 그를 가르치면서 예의와 범절을 기준으로 열심히 훈계하여 입문했다고 한다. 자로는 남보다 앞서는 용기와 적극성으로 정열이 앞서 때로는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 비상하려는 모습을 드러내곤 하였단다.

이러한 자로를 보고 공자는 “유야! 앎이 무엇임을 아느냐?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하고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가 시지야(是知也)니라.” 한다. 즉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면 모르노라함이 곧 앎이니라.’고 가르치고 있다.

비록 성미는 거칠었으나 꾸밈없고 소박한 인품으로 용기가 있어 가르침을 받으면 실천에 옮기는 자로였다. 공자는 나이 차이가 9세였지만 헌신적으로 모시고 따랐던 제자인 그를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현대는 자기 과시의 시대이고 자기소개를 거창하게 하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여러 분야에서 ‘~척’ 또는 ‘~체’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잘난 척, 아는 체,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진위를 가리기가 불분명하다. 쉽게 말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박학다식함을 자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떠들고 다니는 그 사람의 지식이 얼마인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혜로움이 어떻게 융합되어 나타나는가도 의심스럽다.

표절 시비가 일어나고, 보수와 진보의 교육을 떠들고, 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왈가왈부하고, 교육정책에 시비를 걸지만 모두 이론적 배경과 검증이 없다.

또 새로운 신조어인 ‘셀프디스’라는 말의 의미는 더욱 아리송하다. 셀프디스라는 것은 스스로의 치부나 과오를 드러내어 깎아내린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도 따지고 보면 남에게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자신의 부끄럽고 잘못 된 부분을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남들이 들어내 놓으면 인신공격이 되고 법정 소송감인데 과연 자신 스스로 치부와 과오를 용감하게 정확히 들어내 놓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이것은 일종의 ~척이나 ~체와 다를 바 없다. 차라리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공부’라고 했던 연암의 말처럼 내가 몰랐던 것을 아는 것은 어떨까? 말도 간단하게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보니?’라고 말이다.

열하일기 7월 2일의 일기에는 큰비가 오다 늦게 개었다. 그날 저녁 심심풀이 노름판에 끼어들어 연거푸 다섯 판을 이겼다고 한다. 하인을 시켜 술을 사오게 하였다. 노름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인이 이길 수 있는 좋은 기회에 왜 노름을 더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지족불태(知足不殆)니라”하였다. ‘만족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만족할 줄 모르면 위태로운 법이라면서 물러선 것이다.

연암은 ‘만족하고 물러설 줄 알면 치욕스럽지 않고, 멈출 때를 알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고 오래 지탱할 수 있다.’는 노자의 고사를 생각하였던듯하다. 아마 끝까지 올라가면 이제 내려가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으리라.

참된 앎은 ‘아는 것은 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면 모른다는 것은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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