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인 2015.07.2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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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아 시인
박일아 시인
방에 있으니 사방 벽이 나를 가두었다

벽을 밀고 거실에 나왔다

그곳에도 벽들이 나를 막아섰다

마당으로 도망쳤다

담장이 높이 서서 가로막았다

숨이 갑갑해져 대문 밖으로 탈출했다

가슴이 후련했다

발이 가자는 대로 돌아다니다 보니

사방에 어둠이 덮쳤다

제도의 벽 인습의 벽 관습의 벽

보이지 않는 벽들이 수없이 나를 가로막아

집으로 돌아 왔다

집에서 낯익은 벽들이 나를 반겼다

포근히 감싸주고 쉬게 해주었다

나를 보호하는 방어막임을 깨달았다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박일아 1953년 경북 경산 출생. 2009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하루치의 무게’가 있음.

<해설> ‘벽이 사람을 키우는 것인가, 사람이 벽을 키우는 것인가의 차이점일 것이다. 가는 곳마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 숨쉬기도 힘들지만 그 벽으로 인해 내가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고 편안히 일하고, 쉴 수 있으니 ‘좋다, 나쁘다’를 가름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신만을 위한 벽은 너와 나를 격리 시키는 감옥이다. 소통을 가로막는 벽만큼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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