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 찍는 사회…너도나도 벌레가 된다>무뇌충·일베충·관심충…자녀 훈육 방기 엄마는 ‘맘충’
<‘충’ 찍는 사회…너도나도 벌레가 된다>무뇌충·일베충·관심충…자녀 훈육 방기 엄마는 ‘맘충’
  • 정민지
  • 승인 2015.08.27 17: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비난 화살…여성혐오 조장 논란

관용 상실한 사회, 갈수록 자극적인 단어 찾아
#. 올해 초 경북 칠곡에 문을 연 한 카페가 영업 두달 여만에 ‘노키즈존’을 선언, 13세 이하 영유아 및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했다. 넓은 정원과 독특한 분위기로 지역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카페가 갑자기 ‘노키즈존’이 되자 SNS상에서 논란과 함께 업소를 비난하는 댓글과 옹호하는 반응이 팽팽했다.

이에 업주가 SNS를 통해 해명한 바에 의하면 일부 엄마들이 테이블 위에서 기저귀를 갈고 아이들이 매장 안팎에서 퀵보드를 타며 고성과 낙서 등을 하도록 내버려둬 직원들과의 마찰이 심해졌다. 정원의 돌을 아이 손에 쥐어주며 연못에 던지게 하고 심어 놓은 꽃들을 밟고 꺾는 일은 예사였다. 그럼에도 일부 부모는 ‘내 돈 내고 커피 사먹는데 꽃 좀 꺾었다고 이러면 되냐?’ ‘이러는 거 (인터넷)카페에 올려서 여기 아무도 못 오게 할거다’ 등 적반하장으로 굴어 결국 대다수 손님들을 위해 ‘노키즈존’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유아 및 어린이 출입을 금하는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가운데 그 배경으로 무개념 부모, 특히 카페, 음식점 등에서 자녀 훈육을 방기한 엄마를 가리키는 ‘맘충’이라는 표현까지 확산돼 역차별과 모성비하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일부 무개념 부모들 때문에 불쾌감을 겪은 경험과 함께 ‘노키즈존, 맘충’ 등을 지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막 생기기 시작할 때만해도 5세 이하의 영유아를 금한다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초등생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업주들이 더 나은 서비스와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노키즈존’을 택하다보니 일반인뿐 아니라 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육아카페 등에서도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마의 영어표현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을 합성한 신조어 ‘맘충’에 대해서는 모성비하와 여성혐오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카페에서 아이의 소변을 컵으로 받아낸 엄마나 아이와 먹는다며 짜장면을 많이 달라고 했는데 똑같이 줬다며 음식점을 비난하는 엄마 등이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면서 민폐 엄마를 가리켜 ‘맘충’이라는 표현이 사회 전반에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맘충’이라는 단어가 온라인 육아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엄마들이 ‘OO맘’ 등의 아이디를 많이 쓰면서 결국 엄마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는 것.

대구지역 대표 육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김모(여·30)씨는 “모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까지 폄하하는 이러한 표현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을까봐 우려된다”며 “밥상머리교육과 예의를 가르치지 않는 부모들은 비난받을만 하지만 아빠는 쏙 뺀 채 ‘엄마’만을 손가락질하는 이 단어가 ‘엄마’라는 대상, 나아가 여성 혐오 의식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