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대세인 시대, 한국화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화가 권정찬은 그 일선에 선다. 한지와 먹이라는 기본 전제를 혁파하며 내용과 기법, 양식에서 파격을 이끈다.
그는 한지에 때때로 먹을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한국화라는 사실을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기초적인 발묵과 농담을 고집하지 않으며, 한국화의 특징인 여백도 고려치 않는다. 언뜻 보면 서양 회화다.
하지만 한국화의 정신까지 버리며 서양회화로 거듭나는 것이 온당할까. 그는 ‘아니다’라며 작품 속에서 강변한다. 서양적인 회화를 따르면서도 한국의 미와 정신을 오롯이 가져가고, 고졸하고 정적인 한국의 정신적인 맛이 캔버스를 수놓고 있는 것.
표현법에서도 한국미는 여실히 드러난다. 공간 구성에 가시권이 풍부하고 다양한 효과와 선적인 조형미를 충분히 획득하고 있는 것.
여기에 명암과 형태의 묘사도 직관적인 것에 의존하는 인상을 흔하게 보여준다. 결국 그의 회화에는 한국회화의 사고와 정신을 도도하게 견지하면서도, 한국회화의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내달 1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일품화(逸品畵)로 굵은 붓의 속도감과 단순한 조형 등을 통해 작가의 철학과 성격이 잘 드러나는 작품 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53)668-156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