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서양화가 이명미 ‘말해주세요’展
대구미술관 서양화가 이명미 ‘말해주세요’展
  • 황인옥
  • 승인 2015.10.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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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의 중심에 선 예술가 ‘개척과 반란’을 외치다

구상-추상 경계 넘나드는 화려한 원색美 특징

12월 12일 ‘아티스트 토크’…내년 2월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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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작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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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작 ‘단순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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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명미의 전시가 2016년 2월 9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70년대 중반 한국현대미술이 색 쓰는 것을 극도로 자제할 때 서양화가 이명미는 과감하게 화려하고 강렬한 원색을 썼다. 이유는 단순했다. 시류에 속하기 위해 원치 않는 색을 걷어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정상에 서는 것보다 자족(自足)이 더 중요했다. 작가는 이런 태도를 ‘예술가의 도덕’과 연관 지었다.

“내 발이 젖더라도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개척정신이야말로 예술가의 도덕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시류에 속하는 것보다 예술가의 도덕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70년대 한국현대미술사의 전환점이 되었던 대구 현대미술제 발기인으로 참여(74)한 이명미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상과 화려한 원색을 거침없이 사용하며 자신만의 독창성을 확장해왔다.

특히 그녀의 차별점은 과감한 보색대비도 마다않는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의 조합이다. 여기에 의자, 화분, 컵, 집, 강아지 등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소재들을 단순화하며 화려한 색상에 이야기를 덧입한다.

그녀가 그린 화려한 색상과 단순화한 소재들의 조합 속에는 동화 속 세상같은 달달한 이야기로 넘실댄다. 보는 이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로 회자될 수 있는 여지로 충만하다. 이는 이 작가 작품의 매력점이다.

최근 만난 이명미는 “내 작품이 마냥 달달한 것만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녀는 “팥죽에 설탕만 넣으면 그처럼 그윽한 달콤함이 나오지 않는다”며 “팥죽의 달콤함을 완성하는 것은 소금”이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마냥 밝고 사랑스러운 것 같은 제 작품에는 찰리 체플린이 담았던 것과 같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녹아있지요. 달콤한 팥죽 속 소금처럼 말이죠. 생노병사, 희노애락을 겪어온 풍부한 인생경험이 오미(五味)로 들어갔다고 할까요. 관람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로 해석될 여지가 높은 것도 그 때문이지요.”

이명미의 작품들은 지극히 감성적이다. 보는 즉시 밝고 활기찬 기운이 전염될 만큼 감성적이다. 하지만 작가는 “철저하게 이성과 논리가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성과 감성의 양단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는 ‘수신’을 들었다.

“인간과 짐승이 다른 것은 사유하는 것이고 체면을 아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담아내는 품격 있는 그림을 추구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철저하게 자기 자신부터 다스려야 하겠지요. 수신이 되었을 때 감정이 균형상태가 되고 그때라야 화면을 제압해 누구의 흉내도 아닌 나만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구미술관에서 이 작가의 ‘말해주세요’전이 최근 시작됐다. 이번 전시에는 70년대 초기작과 천(cloth)·종이 그림, 새로운 페미니즘을 보여주는 ‘남과 여’ 시리즈, 유행가 가사를 직접 차용한 최근작, 회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신작 조각 등 작가의 4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130여 점의 대표작들을 걸었다.

특히 유행가 가사를 직접 회화 속으로 차용한 최근작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이명미 독창성의 또 하나의 발화지점이기도 하다.

“그림에 글이 들어간 것은 전통 문인화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해 왔던 것입니다. 서양화에서 시도한 것은 독창적이지요. 우리가 투표할 때나 물건을 살 때 풍문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저 역시 유행가 가사가 갖는 환기력과 연상 작용에 촛점을 두었어요.”

그녀는 뒤이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제가 유행가 가사를 평면에 찝어 냈다면, 각자의 추억으로 투영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 되겠지요.” 이는 그녀의 전시가 ‘말해주세요’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와 관람자가 작품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 작가의 예술세계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는 12월 12일에 진행되며, 전시 기간은 2016년 2월 9일까지다. 053)790-30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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