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공천,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안심번호공천,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 승인 2015.10.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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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윤호정 소설가
김무성 새누리당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가 추석연휴 중에 부산에서 만나 내년 20대 총선공천방식으로 ‘안심번호국민공천제’에 잠정적인 합의를 봤다.

그 결과 여당의 친 박계는 ‘새정치연합의 공천방식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섰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주류역시 ‘반쪽짜리합의’라며 반발하고 있어 여야모두 계파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안심번호국민공천제란 각 정당이 1회용가상번호를 부여받은 유권자들에게 지지정당을 확인하고 경선 참여의사를 물어 공직선거후보자를 뽑는 방식으로 유권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상대당지지자는 처음부터 배제되기 때문에 동원선거와 역 선택(상대당의 약한 후보를 고의로 선택하는 행위)을 방지할 수 있어 논의해 볼가치가 있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친 박계는 ‘김무성 대표가 주장해온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물론 모바일여론조사방식의 안심번호공천도 내년4월의 총선공천에서 친 박계를 배제하기 위한 술수이며 문 대표와 친노(친 노무현)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협상’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당내반발에 직면한 김 대표는 ‘이런 식으로 한번 해보자는 것일 뿐 확정된 안이 아니다’며 ‘안심번호국민공천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고유한 제도가 아니고 새누리당에서도 오래전부터 긍정적으로 논의해온 것’이라며 더 나은 대안이 있으면 내놔보라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내에서는 이 공천제도의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의원정수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반쪽짜리합의라며 ‘오픈프라이머리를 추진하다가 벽에 부딪힌 김 대표의 편을 들어준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어 사색당파의 재현을 보는 듯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아직 논의도 해보지 않은 여야대표의 합의사안에 자기영역도 아닌 청와대가 ‘역 선택이 가능하고 응답률이 저조할 것’이라며 5대불가론을 서둘러 내놓아 내년공천에 개입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내 보이고 있어 박대통령의 정치력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청와대의 5대불가론은 아무근거가 없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으며 전문여론기관인 리얼미터와 JTBC방송의 공동조사에서도 안심번호국민공천제의 찬성이 48.8%로 반대의 27.0%보다 21.8%나 높게 나왔다.

또한 전 연령층과 지역에서 골고루 찬성의견이 나왔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계파정치가 아닌 국민의 생활정치면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안심번호국민공천제란 처음 나온 예기도 아니고 또 여야 어느 정당의 당론도 아니며 중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공천제도의 개선방안으로 내놓은 것을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시면서 여야 간에 별다른 의견차이가 없었고 다만 안심번호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에만 초점이 모아졌던 것으로 이를 기초로 하여 자당의 실정에 맞는 대안을 가지고 후속적인 협의를 해나가자는 여야대표의 재확인에 불과한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친 박은 김무성불가론과 반기문대망론을 띄우며 ‘형제를 죽이기 위해 오랑캐와 야합을 했다’고까지 혹평을 하고 청와대는 대통령퇴임후의 안위에만 매달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밀실공천이나 하겠다니 우리사회의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구태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참으로 불안하고 답답할 뿐이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제도란 있을 수 없으며 2007년 박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에서는 박대통령이 스스로 받아들인 20%의 여론조사반영으로 고배를 마셔야만 했고 김무성 대표는 당 지도부의 하향식전략공천으로 18대국회에서는 친 이계, 19대국회에서는 친 박계로 부터 공천학살을 당한 후 기사회생한 경험이 있다.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공천을 더 이상 거론 않겠다고 했지만 친 박과 청와대에 백기를 들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며 이 안을 정식으로 여야협상테이블위에 올려 공통분모를 찾지 않으면 4대개혁은 물론 정권재창출도 물 건너간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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