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그냥 있어’
‘스크린 한 판 할래요.’
‘그럴까’
‘이따 11시경에 내려오세요.’
요즘 부쩍 유행하는
스크린 골프 하러 가자는 전화다.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몇 번 해 봤더니
그런대로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욕심은 금물.
마음 편하게 휘두르면 멀리 날아가고
힘을 주면
탑 볼이나 뒤땅치기 일수.
하다 보면 어느 듯
화면 속으로 빠져들어
날아가는 공을 보고는 환호하기도 하고
빚맞으면
아 하고 탄식하며
영상의 세계가 현실인 듯이 한다.
요사이는
일할 때도, 놀 때도 스크린 속이다.
스크린이 에워싸고 있다.
▷▶김봉윤 필명:而 亭 1952년 대구産,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계명대학교 사서교육원 교수 역임.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
<해설> 태초 인간이 삶과 죽음을 인지하면서 두려움이란 단어를 만들었다.물질을 느끼는 것은 생각의 형체일 뿐, 인 것이 아니고 아닌 것이 인 것이 실제 현실이다. 그래서 가상의 공간은 늘 내 앞에 와 있음이다. -김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