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 익숙한 소리를 덧입다
낯선 풍경, 익숙한 소리를 덧입다
  • 황인옥
  • 승인 2015.11.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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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작 만지작’ ‘피∼후’…영상에 의성·의태어 립싱크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안정주 展…내달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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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주의 개인전이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에 내달 27일까지 열린다.

세상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뒤집어 보는 것이 예술가의 특권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작가 안정주의 예술은 기발하다. 그가 천착하는 주제는 소리. 청각의 대상인 소리를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잘근잘근 씹으며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다차원의 대상으로 치환한다. 소리에 결, 여백, 혼을 담아내며 소리로 세상을 재해석하는 것. “소리는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는 유효한 도구가 될 수 있어요.”

안정주의 개인전이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에 최근 시작됐다. 전시장 벽면을 차지하는 작품은 영상과 사진. 사진에는 찢음, 영상에는 립싱크라는 특별한 행위가 더해져 있다.

중앙 벽면에는 영상 작품이 걸려있다. ‘Smoking’과 ‘Fishing’, ‘Crossing’ 등 3편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영상이 2분30초 간격으로 연속해 반복 재생되고 있는 것. 이 영상은 모두 작가가 레지던시에 참여한 핀란드에서 촬영됐다.

‘Smoking’은 붉은색 벽이 있는 베란다에서 흰 셔츠 차림의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Fishing’은 다리 위에서 낚시 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Crossing’은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들과 주변 광경을 담은 영상이다. 이 영상들에는 본래의 소리는 제거되고 ‘만지작 만지작’, ‘피~후’, ‘물끄럼’, ‘풀석’ 등의 의성어와 의태어로 새롭게 덧입혀져 있다.

반대편 벽면에도 또 다른 영상 작품 ‘Harmony’가 걸려있다. 베를린, 브뤼셀, 마드리드, 파리, 인스브루크, 로마 등지의 역사적 건축물을 각각 촬영한 6편이 연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상에도 립싱크가 활용됐다.

두 작품의 배경은 모두 유럽이다. 작가가 핀란드 헬싱키와 독일 베를린 레지던시에 참가할 때 필란드와 유럽을 여행하며 촬영한 영상들이다. 물설고 낯선 북유럽에서 느낀 이질감, 이질적이어서 더욱 도드라진 각국의 독특한 문화를 의성어와 의태어라는 과장된 소리로 드러냈다.

“언어습관과 표현이 다른 문화적 이질감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것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매개로 선택된 것이 가공된 립싱크입니다.”

‘Harmony’옆 벽면에는 ‘Harmony‘ 영상 속 장면을 사진으로 인화한 작품 3점이 걸려있다. 이 사진들에는 특정 부분을 찢고 빛을 투사하고 있다. 찢겨진 부분에는 빛의 투사에 의해 그림자라는 새로운 형태가 더해진다. 이 작품은 소리를 시각화한 것이다. 상상의 지평을 넓혀 주는 좀 더 다층적인 소리로의 변신이다.

안정주 작품의 중심 개념은 소리와 풍경이다. 그 중에서도 풍경은 문화적 이질감을 표현하는 1차 재료다. 어느 날 문든 동양에서 북유럽으로 떨어진 낯선 이방인인 그가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고 관조자적 관점에서 촬영한 재료다. 1차 재료라고는 하지만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있을 터.

“유럽의 개선문들도 역사적 장소이며, 현대적인 공간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모두가 역사적 축적이 가시화된 공간들이죠. 이 장소들에는 벽돌을 쌓아올리듯 축적된 그들의 문화적 독특함이 녹아있죠.”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관람 팀 하나. 립싱크에는 영상 속 배경이 되는 나라의 사람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것. 전시는 내달 2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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