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획 한획 목판에 되살리는 민족魂…‘문화융성’ 큰 걸음
한획 한획 목판에 되살리는 민족魂…‘문화융성’ 큰 걸음
  • 김상만
  • 승인 2015.11.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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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삼국유사 목판 활용 새 관광 패러다임 구축
경상도 개도 700년 기념 조선 중기 판본 등 인출 고대사 연구 자료로 활용
전국 최고 각수 7명 선발 사업 전 과정 영상기록화
도감소 공방 일반에 공개
삼국유사목판재현도감소전경
경북 군위군 사라온이야기마을의 삼국유사 목판 재현 도감소전경.

27일 경북 군위읍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및 사라온이야기마을에서 개최된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都監所) 개소식은 경북도가 개도 700년을 맞아 심혈을 기울인 또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의 완성을 예고했다.

삼국유사 목판(木板)사업은 한민족의 목판인쇄 전통기록 문화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삼국유사의 중심지역에 있는 경북도가 삼국유사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함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고 문화융성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忠烈王) 때의 보각국사(普覺國師) 일연(一然·1206∼1289)이 신라·고구려·백제 3국의 유사(遺事)를 모아서 지은 역사서다.

일연스님의 고향인 경북도가 그의 업적을 기리는 한편 2016년 2월 경북도의 안동예천 이전 시점에서 경북의 재도약과 도민단결을 꾀하는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된다.

도는 특히 도감소를 통해 판각, 인출 등 목판사업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작업과정 공개로 지역 문화·관광 상품화를 추진,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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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삼국유사 목판사업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 된 프랑스 대표 작가 르 클레지오씨.

◇삼국유사 목판사업, 경북의 시대적 사명

지난 2014년, 경북도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계획하고 2017년까지 삼국유사의 조선 초기 판본과 조선 중기 판본, 그리고 이를 집대성한 경북도 교정본을 목판으로 복원키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왜 경북도는 삼국유사를 복원하는 것일까?

일연 스님의 고향이자 주요 활동 지역이 경상도이기도 하겠지만 대한민국 국보 제306호로 지정된 삼국유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다면 목판 복원 사업에 대한 의미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국유사는 이처럼 민족의 보전(寶典)이자 역사의 보고(寶庫)로 평가받고 있지만 13여 종의 판본만 남아있을 뿐 목판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에 삼국유사의 고장인 경북도(도지사 김관용)는 경상도 개도 700년과 신도청 시대를 기념하기 위해 ‘삼국유사 목판 사업’을 문화융성 시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경북도와 군위군이 주최하며,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현존하는 삼국유사의 판본을 모델로 올해부터 2017년까지 연도별로 조선 중기 판본과 조선 초기 판본, 그리고 이를 집대성한 경북도 교정본을 각각 1세트씩 목판으로 판각해 전통 방식으로 인출하는 사업이다.

인출된 책자는 대학, 도서관, 연구기관 등에 보급해 삼국유사의 이해와 고대사 연구의 기초자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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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 개소식에서 기념식수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화융성을 위한 거보(巨步)

경북도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위해 2014년 T/F팀을 구성, 국비를 확보했다. 이어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업추진의 당위성을 마련한 데 이어 올 2월에는 국내 최고 전문가를 추진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도청 강당에서 출범식을 가져 본격적인 사업 추진의 신호탄을 쐈다.

또한 판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개월간 10여 차례의 자문위원회를 열어 고증작업을 거쳤다.

서울대 규장각본(국보 제306-2호)의 실측을 토대로 목판 원형을 설계하는 등 보다 완벽한 목판 제작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지난 6월에 삼국유사 목판사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국의 각수를 공개 모집해 서류전형과 기술평가를 거쳤으며, 그 결과 전국의 내로라하는 각수 최종 7명을 선발했다.

현재 삼국유사 조선중기본 목판 복원은 2016년 2월말 완료를 목표로 판각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는 삼국유사의 판본을 단순히 목판으로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공정을 거치기 위해 홈페이지를 구축, 추진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이를 영상기록으로 남긴다.

또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일반인이 더욱 친숙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삼국유사 관련자료 전시와 판각·인출·제책 과정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삼국유사 목판 도감소를 설치, 운영하게 됐다.

이처럼 경북도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기록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기 위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을 받고 있다.

◇‘르 클레지오’, 삼국유사와 조우하다

2012년부터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인연을 맺은 200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대표 작가 ‘르 클레지오’가 27일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 개소식’에 참석, 눈길을 끌었다.

르 클레지오는 삼국유사 목판사업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돼 김관용 도지사로부터 위촉패를 수여받고 특별강연을 했다.

‘르 클레지오’는 이날 특별강연에서 “삼국유사는 여러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삼국유사의 긴 역사를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순간은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김관용 도지사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역사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이 삼국유사의 큰 기반이 되고 그 정수에 놓여 있는 인류의 정신을 미래세대에 전달해 줘야한다”고 삼국유사 목판사업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삼국유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귀중한 유산으로 후대에까지도 이어질 수 있도록 보존하며 지켜야 할 것”이라며 “나는 1980년에 처음 영문으로 된 삼국유사를 접한 이후 흥미를 가지게 돼 영어로만 번역돼 있는 삼국유사를 더 많은 나라에 알리기 위해 현재 시인 ‘장 그로장(Jean Grosjean)’과 함께 프랑스어 번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르 클레지오는 “오는 행사에 참석해 도감소 공방을 방문해 판각과정을 직접 보고 인출 체험도 해보니 경북도의 삼국유사 목판사업에 더욱 더 관심을 갖게 된다. 2017년에 삼국유사 목판사업이 완료되면 꼭 다시 한 번 와보고 싶고 유네스코 등재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에 대해 “역사적인 민족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삼국유사 중심 고장인 경북이 이를 추진함으로써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경북민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 경북의 새천년을 열 것이라고 덧붙엿다.

김 지사는 “도감소 공방을 일반 관광객들이 언제나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 운영해 앞으로 삼국유사의 고장인 군위의 의미 있고 특색 있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혀 경북의 추진 사업이 도내 각지역의 삶의 질과 소득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지사는 르 클레지오의 초청과 관련, “세계 최고(最古)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삼국유사’등 한국역사에 관심이 많아 이번 ‘삼국유사 목판사업’의 특별자문위원으로 모셨다”면서 “삼국유사 목판사업 등 우리의 전통문화 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군위군도 이번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이번 사업이 지역을 알리고 또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경북도와 함께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만기자 ksm@idaegu.co.kr
김병태기자 btki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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