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불’도 꺼준 든든한 소방관
‘마음의 불’도 꺼준 든든한 소방관
  • 김지홍
  • 승인 2016.02.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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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후유증 겪는 5살아이

소방차 보여주고 대화 나눠

잠 못자던 아이 웃음 되찾아

중부소방서 홈피에 감사 글
‘화재를 겪은 근호에게 엄마의 위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근호에게 소방대원님들이 소방차도, 방화복도 보여주시고 (중략) 덕분에 오늘 밤은 우리 가족에게 편안한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1일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 사는 정진미(여·36)씨가 중부소방서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화재 후유증을 겪는 아들을 도와준 소방관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이 글을 토대로 상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달 8일 오후 9시 20분께 대구 달서구의 한 3층짜리 상가 주택 1층 가구점에서 불이 났다. 불은 1천만원 상당(면적 130㎡ 규모)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 만에 진화됐다. 사고 당시 2층 집에 있던 정씨는 아들 김근호(5)군과 함께 대피했다. 화재의 흔적은 열흘 만에 사라졌지만, 정씨의 다섯살배기 아들의 마음에는 ‘멍’이 남았다. 근호군은 열흘이 지나도록 집에서 잠이 들지 않았다. “또 불이 나면 어떡해?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 소방관 아저씨 오기 전에 연기를 많이 마시면 죽는 거 아냐? 내가 자고 있어서 어디 있는 지 모르는데 어떻게 구조해?” 자다가 몇 번이나 깨서 집이 괜찮은 지 확인하는 다섯살 아들은 엄마가 보초를 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치료를 받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치료하는 전문심리기관에 상담을 접수했지만,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다. 급한 마음에 정씨는 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들에게 소방차를 보여주고 소방대원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정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아들과 함께 중부소방서를 찾았다. 아들은 정연수 중부소방서 화재진압팀장, 임윤정 소방사 등과 함께 남산119안전센터 차고지를 둘러보면서 소방차와 소방 장비에 대한 설명도 듣고, 한 번 만에 방화복을 입는 방법 등도 들었다. 소방관들의 친절한 태도에 쭈뼛쭈뼛거리던 근호군의 표정이 밝아졌다.

집으로 돌아온 근호군은 안심한듯 엄마 정씨에게 “내가 열 세면 그 형이 정말 우리 집까지 올까?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지켜볼거야. 소방대원 누나도 멋지고, 대장님이 제일 멋져”라고 말했다.

당시 상담해줬던 정 팀장은 “이럴 때 소방관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장 크게 느끼고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며 “더욱 열심히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올린 게시글 마지막에는 근호군이 ‘소방대원님들이 우리 집도 알고 자기도 알고 자기를 제일 먼저 구조해주기로 했다며 안심한다’고 적혀 있다.

김지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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