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졸업식장서 눈물 흘린 학교전담경찰관
어느 졸업식장서 눈물 흘린 학교전담경찰관
  • 승인 2016.02.1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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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대구 서부경
찰서 여성청소년과장
경정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졸업식 시즌이다. 학생들의 표정에서 홀가분하다는 느낌과 함께 서운한 기색도 읽혀진다. 부모님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졸업생들은 어쩌면 이 졸업식이 당연하게 주어진 의례적인 행사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떠들썩한 축하 분위기의 졸업식장에서 혼자서 눈물짓는 한 중년의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학교전담경찰관 김진호 경위였다. 눈물을 훔칠 겨를도 없이 졸업생들로부터 감사 인사 세례를 받았다. ‘친구’ ‘경찰아저씨’ ‘진호’ 등등 저마다 부르는 호칭은 다르지만 ‘그동안 정말 감사 했습니다’라는 한결같은 인사말을 건네며 다정한 포옹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김 경위가 왜 졸업식장에서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감사 인사를 전하는 졸업생들로부터 감동을 받아 흘린 눈물도 조금은 섞여있겠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서지 못했던 그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김 경위는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를 다이나믹(?)하게 겪었던, 요즘 말로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기에 또래의 친구들과 같이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을 받지 못한 것이 평생 가슴속의 한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학교를 뛰쳐나오려는 학생들에게 무한한 열정을 바친다. 내 자식에게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 그런 열정이다.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에게까지 손을 뻗어 우리 사회의 온기(溫氣)를 몸소 전하고 있다.

나이 오십에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 경위가 요즘 신세대들의 신조어를 사용해가며 어색한 친근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다만 그의 말 속에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와 함께 사람냄새가 묻어난다. 그의 진심을 읽은 학생들에게 신뢰라는 튼튼한 초석을 깔아주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 통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 졸업식장에서 김 경위가 흘린 눈물의 의미가 그 어느 때 보다도 가슴 깊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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