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 타령’ 이제 접자
‘진박 타령’ 이제 접자
  • 승인 2016.02.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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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명예 주필
20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선거구 획정조차 못한 상태다. 그래도 ‘선거 시계’는 돌아간다. 여야의 당내 경선은 이달 말부터 3월초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후보들은 불과 1개월 남짓한 기간에 당원과 일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선거일정 차질과는 별개로 이번 총선에 정치적 명운을 건 이들이 적잖다. 널리 알려진 여야 잠룡(潛龍)들만이 아니다. 특히 지역에는 기존 잠룡들이 실족이라도 하면 바로 핀치 히터로 나설 후보군이 여럿이다. 현재 잠룡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부산·경남 출신들이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에서도 ‘포스트 박근혜’를 노릴 인물을 키워야 한다.

그들이 누구인가? 먼저 ‘친박계 신 좌장’으로 불리는 새누리당의 최경환 의원,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 갑자기 전국적 인물로 부상한 유승민 의원, 수성갑 선거구에서 맞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이다. 하지만 네 명의 소(小)잠룡들은 서로 정치생명을 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전투에 나서 지켜보는 지역 유권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이른바 ‘진박 마케팅’에 나서면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뒷다리를 잡지 않았느냐”며 유승민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 여당 내 경선이 곧 본선인 지역 선거구도상 야당이 안중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군을 상대로 자해 행위를 한다’는 비판이 일 정도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유 의원이 ‘포스트 박근혜’ 경쟁자여서인지 모르나 지나친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비박계의 반발과 역풍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이 ‘진박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박 마케팅’이 각종 패러디와 풍자로 조롱거리로 전락하자, 그는 “대통령이 오죽 답답했으면 진실한 사람 이야기를 꺼냈겠느냐”고 했다. ‘진박’들의 출마가 대통령의 뜻이라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직접 선거에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대통령의 아바타’로서 ‘진박 전도사’ 내지 ‘진박 감별사’로 나섰다는 얘기다.

그래도 당적을 같이 하는 동료 의원을 상대로 ‘기-승-전-유승민’식의 공격은 무리수로 비친다. 이른바 ‘진박’들의 지지율이 신통찮은 탓에 나온 초조감의 발로이자 위기의식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제 이쯤에서 유 의원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 밉든 곱든 같은 당 동료이자,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손잡고 일해야 할 사이니 말이다.

‘진박’들이 당내 경선에서 밀리면 총선 후 레임덕이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최 의원의 ‘진박 마케팅’은 레임덕 방지를 위한 호위무사 양성이란 청와대의 주문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총선 이후 국회의원들은 차기 권력에 줄설 게 뻔하다. 따라서 레임덕은 필연이다.

박 대통령은 “자기 정치를 하기위해 배신했다”고 유승민 의원을 비판했다. 반면 최 의원은 지금까지 자기 정치가 아니라 박 대통령을 대리하는 ‘아바타 정치’만 해왔다. 아바타로 행세하다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할 수도 있겠다. 이번 총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향후 새누리당내에서 ‘TK맹주’로 부상해 당권을 노릴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선에 뛰어들거나 적어도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복심을 감추고 있을 순 있다. 그러나 자기 목소리가 없는 정치인의 한계는 명확하다. 최 의원이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박근혜 근위대장’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결국 ‘진박 타령’은 어떻게 포장을 해도 ‘유승민 찍어내기’를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구·경북으로선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성공해 유승민 의원이 낙마하면 유력한 지역 출신 정치인 한 명을 잃게 된다. 반면 유 의원이 용케 살아남아 여의도에 입성해도 박 대통령의 권위에 흠집을 남기게 되고 레임덕을 가속화한다.

그러니 이쯤에서 ‘진박 타령’을 접고 페어플레이를 하면 좋겠다. 진박 논란으로 대구·경북지역이 전국적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도 지역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장·차관, 청와대 수석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비전과 자기 콘텐츠 없이 ‘친박 마케팅’만으로 손쉽게 금배지를 단들 지역 유권자들을 위하는 정치를 하겠는가.

최경환, 유승민, 김부겸은 모두 소중한 지역의 정치 자산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지역 출신이긴 하나 그는 분권이나 지역 발전과는 거리가 먼 ‘대수도권론자’여서 보리수염의 수첩에서는 지운다. 그는 수성 갑 출마도 지역 유권자들이 아니라 새누리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요청으로 나섰다는 오만함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명예회복과 재평가를 위해 역사교과서 파동까지 일으켰다. 그 주인공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대파에 가혹한 탄압을 일삼기도 했지만 극렬 반대파를 중용할 정도로 용인술이 뛰어났다. 배신의 트라우마가 뼛속까지 깊게 박혀 쉽지 않겠지만 바른말, 아픈 말, 즉 직언하는 사람을 모두 내치면 주위엔 아첨꾼만 남는다. 그러면 말년이 쓸쓸해진다는 게 고금의 이치다. 지금 얼굴을 붉히며 바른 말 하는 사람이 박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이라고 보리수염은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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