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삭은 낙엽을 밟아 보지도 못한 체
어느 새 내 마음에 추운 겨울
하얀 눈으로 소복이 쌓였다
어제의 삶처럼
오늘은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 삶을 끊어버리지 못한 체
불혹을 넘긴 내 나이테는
왠지 쓸쓸한 오솔길이다
나무가지는 저 마다의 이유에 구부러지고
껍질이 벗겨지고 휘어지는 것처럼
내 반백의 삶도 그런 닮은꼴로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처럼 휘청거린다
휘영청 밝은 달빛이 무색할 만큼
내 마음 안에 뿌연 구름이 가득 하다가
끝내는 눈물을 훔치고 돌아서 버린다
이런 나 당신은 아시는지.
▷▶이름:임영순 아호: 매서(梅墅). 낙동강문학 신인문학상수상(詩부문).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해설> 나이 불혹을 넘기면 살아온 생의 이야기는 장편 소설과 같을 것이다. 굳건하게 서 있는 낙락장송도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느라 여기저기 생채기가 있다. 인생이 늘 그렇듯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기에 늘 후회하고 돌아가고픈 게 사람이다. -김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