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뭐 길래
도대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뭐 길래
  • 승인 2016.05.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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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지난주 광주의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개최된 36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는 야당과 광주·전남의회가 요구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국가보훈처가 국론분열을 이유로 합창을 고수하자 이에 반발한 광주·전남지역의 민간단체들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당시 전남도청을 점거했다가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대변인 윤상원과 그의 연인이며 후배로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가 1979년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이후 5·18민주운동과 노동운동권의 상징곡이 되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 12월 서대문구치소의 옥중에서 지은 장편 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소설가 황석영이 차용하여 작사하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던 현 김종률 광주문화재단사무처장이 곡을 붙어 광주지역의 노래패 10여명이 모여 완성한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삽입된 이후 급속도로 번져나가 운동권의 노래가 되었다.

이와 함께 1997년 이후 정부가 주관한 5·18기념식에서 제창으로 불려오다가 일부 보수단체들이 ‘종북노래’라고 이의를 제기하여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부터 제창이 아닌 합창이 되어 부르고 싶은 사람만 합창단을 따라 부르게 되자 유족들은 기념식에 불참했다.

보수단체들이 이를 종북노래라고 한 것은 원작사자인 백기완이 교도소나 들락거리며 각종시위에 앞장서 왔고 편작사자인 황석영은 1993년4월29일 체포될 때까지 북한에 다섯 차례 들어가 김일성을 일곱 번 만나고 25만 달러의 공작금을 받아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7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 김대중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반체제작가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5·18을 주제로 만든 반미영화인 ‘님을 위한 교향시’에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고 황석영이 이 영화의 공동문학작가가 되어 김일성으로부터 ‘재간둥이’라는 칭찬을 받았으며 종북정당인 통진당 등의 좌파들이 행사 때 애국가대신 불러온 이유도 있다

그러나 5·18단체들은 이 노래는 1982년 4월 처음 불려 졌고 제작 동기나 목적으로 보아 종북노래라는 것은 색깔론일 뿐이며 노래제목의 ‘임’은 ‘김일성부자’를 뜻하고 가사의 ‘새날’은 ‘적화통일의 날’을 의미한다는 보수진영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과거 제창으로 계속되어오다가 합창으로 변질된 것을 원상복구하자는 차원’이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월남전참전용사들은 ‘5천명이 전사하고 1만5천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4만 명이상이 고엽제로 고통 받고 있는데도 참전기념일이나 기념행사하나 없는데 제창이면 어떻고 합창이면 어떠냐’는 반응이고 여타보수단체들도 여차하면 들고 일어날 상황에까지 와있다.

여기에 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해 11월에 ‘님을 위한 행진곡 국가행사기념곡지정에 대한 찬반토론자료’를 발간한 필명이 김대령인 재미사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 황석영작사가 등이 법률조언을 받고 있어 이 문제는 이제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님’을 지칭하는 실제대상은 북한의 ‘김일성’이고 ‘새날’은 ‘사회주의혁명완수의 날’을 뜻한다고 했으며 황석영은 김일성의 장학생이고 북한의 지령으로 프로파간다(선전전)임무를 수행한 간첩이라며 책의 곳곳에서 5·18을 부정하고 관련인사들을 종북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윤상원은 자생간첩단인 남민전의 조직원으로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것이 아니고 군인을 살해하고 수류탄으로 자폭한 인물이어서 추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일이 이쯤 되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법제화와 5·18폄훼자처벌법을 제정 하겠다’고 나서 사태는 진영논리와 이념갈등으로 더욱 얽히고설키게 될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놓고 신선놀음이나 하고 있을 만큼 배부르고 한가한 형편이 아니므로 보수단체와 5·18단체의 공개된 맞장토론의 결과에 따라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며 양측주장을 들어보면 우리국민은 능히 잘잘못을 알 수 있는 수준이 되고도 남는다.

그리고 정권에 따라 ‘폭동’과 ‘민주항쟁’이란 상반된 평가도 제자리에 갖다 앉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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