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제일 높은 곳 교회 사거리 옆 가로수가
초여름 가뭄에 팟싹 메말라 가더니
느지막이 장맛비가 장대처럼 쏟아진다
후드득후드득 바람을 일으키며
발가벗은 몸뚱이 씻겨주듯 신작로 옆 미루나무
미루나무 머리 위로 걸린 달님과 마주 앉아
흘러가는 검은 구름을 바라보며
찾는 이 없이 홀로 핀 개망초꽃과
담소하는 사람들처럼
서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언제나 그만큼의 거리에서
마음에 즐거움을 나누는 그대들은
하늘 아래 함께 숨을 쉬고
쉴 새 없이 달리는 자동차 소음 소리에도
세차게 불어 닥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한결같이 살아간다
먼 훗날 상처 없이 잔잔한 무상을 묻어두고
장차 눈물을 흘릴 때가 있을지라도
삶이 괴로웠지만 바람과 구름과 해와 달
그리고 발등 위 개망초 꽃에도
즐겁고 아름다웠노라고 사랑했노라고
삶이 우리의 끝을 쥐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김기갑 (의송 懿松) 전북 고창군 출생 아람문학 편집위원 및 이사 역임고창문인협회회원. 고창문학회원현) 한시문협 호남담당 부회장.
<해설> 예전 비포장 신작로 옆에는 미루나무가 주로 심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미루나무는 항상 뽀얀 먼지를 덮어쓰고 있어 볼썽사납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곧은 가지위로 달님도 넉넉히 안으니 그의 본색은 당당함으로 표출된다. -김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