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무너진 ‘코리안 드림’
마약에 무너진 ‘코리안 드림’
  • 김정석
  • 승인 2016.05.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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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러 한국에 왔다

마약 장사·중독자 전락

태국인 등 30명 검거
#. 태국인 A(40)씨는 태국에서 운전기사를 하며 근근이 생활했다. 한때는 고등학교 교사로 생활하면서 돈을 벌어 호주 이민도 갔지만, 이민 생활에 실패하고 태국으로 돌아온 후부터 항상 어려운 형편에 시달려야 했다.

어느 날 A씨는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마약 판매 경험이 있던 지인은 A씨에게 “한국에 체류 중인 태국인들을 상대로 마약을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겼다.

고민끝에 A씨는 한국행을 결심했다. 지난해 5월 관광명목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불법체류를 시작한 A씨는 빠르게 마약 판매망을 구성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약 장사’를 시작했다.

#. 태국인 B(23)씨는 성인이 되자마자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자동차 부품공장에 일하며 매달 가정에 생활비를 부치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지난해 급여가 높은 전남 영암의 조선소로 일자리를 옮겨 일하던 중, 함께 일하는 태국인들과 어울리다 마약에 손을 댔다. 호기심에 시작한 것이 매일 마약을 하지 않으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결국엔 모국에 보낼 돈은커녕 마약 살 돈도 없을 지경까지 전락했다. 그는 퇴근하다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팬티 속에 마약을 숨겨두고 있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25일 태국에서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투약·판매한 A씨 등 28명을 구속하고 C(18)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한국에 입국해 불법체류하면서 국제특송을 이용,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해 지난 2월까지 외국인 근로자들을 등을 상대로 판매하고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씨 등 12명은 A씨로부터 구입한 마약을 투약하고 다른 외국인들에게 판매한 혐의, 말레이시아인 D(38)씨 등 17명은 B씨 등으로부터 1회 투약분을 5만~7만원에 구입해 투약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중 일부는 마약을 투약하고 환각상태로 출근해 일을 하기도 했고, 월급을 받아 모두 마약 구입에 탕진하는가 하면 돈이 부족해 직접 마약 판매자로 나서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보관하던 6천만원 상당(1천800회 투약분)의 마약을 압수하는 한편, A씨가 기록한 장부에서 2월 한 달 동안에만 2억5천여만원 상당의 마약을 판 사실로 미뤄 A씨가 5개월간 국내에서 12억원 이상의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광섭 경북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무료함을 달랠 목적으로 마약에 빠져드는 것 같다”며 “최근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는 마약 판매·투약사범을 지속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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