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문화성지, 전통·현대 어우러진 마을로 재탄생
100년 전 문화성지, 전통·현대 어우러진 마을로 재탄생
  • 김지홍
  • 승인 2016.06.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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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교·문화 어우러진 중구 남산3동
보현사·남산교회·상덕사·성모당 등
90년 전 서구 근대건축 양식 그대로
경전 찍던 인쇄골목 ‘특화거리’로
자동차 부속골목도 모터쇼로 부활
1천여명 넘는 마니아층 찾아 성황
면적 적지만 주민 수 많은 밀집지역
화합·공동체 의식 여느곳 못지 않아
주민자치 경연 수상·마을기업 앞장
100년 향수길 골목투어
대구 중구 근대골목투어 관광프로그램 ‘남산 100년 향수길’ 코스 중 하나인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관광객들이 교구청 안을 둘러보고 있다. 대구 중구청 제공

우리 동네에는 100년 동안 내려오는 사적지가 있을까? 대구 도심에 새삼 주목받는 동네가 중구 남산3동이다. 이국적인 건축물과 종교의 문화를 느끼기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동네라고도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천주교 성지인 ‘성모당’은 매스컴에 곧잘 등장한다. 전형적인 주거 지역으로 손꼽혔던 이 동네는 규모도 작고 그리 번화하지 않았다. 몇 년 사이 도시철도 3호선 남산역 개통과 더불어 이 동네는 100년 역사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성모당
성모당(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9호)의 모습.
◇남산 100년 향수길 ‘시간 동네’

이 동네는 이국적이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천주교구 일대를 거닐다 보면 ‘시간의 냄새’가 난다. 하나의 아담한 ‘타운’을 보게 된다. 프랑스 루르드 동굴을 본떠 만들어진 성모당(聖母堂)은 적·흑벽돌과 화강암으로 쌓아 올린 아름답고 정교한 건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때 대구 천주교회 초대교구장이었던 드망주 신부가 건축했다. 지난 1927년 지어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 성당(대구시 유형문화재 제43호)과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 코미넷관(대구광역시 문화재 자료 제24호)도 서구 근대 건축 양식이 그대로 담겨있다.

성 유스티노 신학교(대구시 문화재자료 제23호)는 천주교 신학교로, 한국 최초의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이 신학을 공부한 곳이기도 하다. 이 건물들은 프랑스인 신부들이 서구의 근대건축 양식과 함께 벽돌 제조 기술과 벽돌 쌓는 기술을 대구시민에게 공유한 데 의의가 크다.

남산3동은 여러 종교가 섞여 있다. 대구의 중심 반월당과 동화사의 말사인 보현사부터 제일교회의 전신인 남성정교회에서 분립한 남산교회, 경상도관찰사의 선정을 기념하는 비석을 보존하고 유학을 강학하는 장소였던 상덕사(문우관), 천주교순교사적지 관덕정순교기념관까지 다양성이 공존한다. 로마네스트와 고딕 양식의 유럽풍 건물부터 대들보로 받치고 기와를 입힌 건물까지.

이 건물들을 엮어 대구 중구청에서는 근대골목투어 관광프로그램에 제5코스 남산100년향수길을 구성했다. 기독교와 불교, 유교, 천주교 등 다양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2.12㎞의 한 길로 연결했다. 지난 2014년부터 천주교구를 중심으로 추진한 ‘남산100년 향수길 사업’이 막바지 단계다. 근대골목투어로 관광자원화와 도시재생 차원이다. 사업비 94억원을 들여 수녀원 일대 가로·담장을 개선하고 주차장을 만들고 있다. 한때 명성을 떨쳐던 인쇄골목과 자동차 부속골목도 주변 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대구스트리트모터페스티벌
대구스트리트모터페스티벌을 찾은 한 연인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인쇄·자동차 부속·교육 ‘특화 동네’

종교는 종이에 인쇄한 경전을 통해 알려졌다. 천주교구 주변의 일대가 ‘남산동 인쇄골목’으로 불리게 된 연유다. 2천여 인쇄와 관련한 가게들이 성황을 이뤘으나 지금은 절반 이상이 줄어들어 600여개 정도만 남았다. 하지만 인쇄골목의 명맥은 ‘특화거리’로 이어지고 있다. ‘남산동 자동차부속골목’도 마찬가지다. 500여m 되는 자동차골목 한복판에선 해마다 남산동자동차골목상인회 주최로 ‘대구스트리트 모터페스티벌’을 연다. 전국에서 유일한 거리 모터쇼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1천여명이 넘는 마니아층이 몰린다. 슈퍼카와 올드카, 튜닝카, 클래식카 등이 전시되고 레이싱 모델도 함께 한다. 파워드래그 레이스경기 등 이색적인 이벤트를 가족과 연인이 함께 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남산3동은 60년의 전통을 이어가는 교육 동네다. 경구중학교는 반세기를 넘어서는 전통의 명문 사립중학교로 알려져있다. 지난 1961년 개교한 뒤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는 호응이 좋은 학교로 손에 꼽힌다. 학교에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일꾼이 되자’를 교훈으로 삼아 학생의 꿈과 끼를 찾아 가꾸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55년 개교한 경북공업고등학교도 사립 특성화 고등학교로 유망하다. 건축그래픽디자인과부터 전자기계과, 신소재섬유화학과, 디스플레이화학공업과, 토목설계과, 전자전기과 등 6개 학과를 발 빠르게 신설해 ‘고졸 성공시대’ ‘선취업 추진학’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앞장서왔다.

남산3동 풍물놀이
남산3동 주민자치 프로그램 풍물놀이반에서 주민들이 풍물놀이를 배우고 있다.

◇주민이 주인공 ‘희망 동네’

남산3동은 원래 대구 서상면에 속했다. 경상감영의 남쪽에 있어 남산이라 했으며, 1946년 ‘남산동’으로 됐다. 광복절 전에는 달성 서씨들이 주로 살아 대부분 논과 밭은 이들 소유였다. 요즘 남산3동이 겪고 있는 딜레마는 다름 아닌 ‘도심 최고의 주거 지역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까’다. 역사적인 가치를 곁들임과 동시에 예로부터 전형적인 주거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다.

달성로, 명덕로를 끼고 7천600명이 조금 넘는 주민(지난해 12월 말 기준)이 사는 동네다. 중구 면적의 6% 채 되지 않는 0.41㎢ 규모. 이 면적에서도 40%는 천주교재단의 교구청과 수녀원, 경북공고와 경구중 등 학교 부지가 차지하고 있다. 비교적 높은 지대에 있지만, 전국 3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과 가까이 있고 최근에는 도시철도 3호선 남산역도 개통됐다. 940세대가 사는 극동스타클래스남산 아파트도 들어섰다.

그래서 남산3동은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동네를 꿈꾼다. 중구청은 극동스타클래스남산 아파트에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출생신고자 육아용 가방’을 제공한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주민자치사업의 일환으로 작은 선물이지만 주민 간의 화합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자는 의미다. 또 주민자치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남산3동은 구청 주관의 주민자치 프로그램 경연대회에서 매번 수상하고 있다. 요가반과 하모니카반 등이 합동하는 등 아이디어가 넘치는 무대를 선사한다.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한다. 서양화 교실(강사 김도환) 수강생들은 서양화 12점을 출품해 모은 성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기부했다.

마을기업도 운영 중이다. 마을기업 ‘㈜남산골 전통두부’는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와 비지 등을 제조·판매한다. 중구청에서 추진하는 1마을 1특화 복지희망마을 만들기 사업 중 하나다. 마을기업의 수익금은 남산장학회에 장학금으로 지원하거나 각종 경로 행사 때 물품 등을 제공한다. 정연희 남산3동장은 “여러 사업을 통해 희망 넘치는 마을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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