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보다 실리, 과거보다 미래다
의리보다 실리, 과거보다 미래다
  • 강성규
  • 승인 2016.06.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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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무산의 교훈-정치가 바뀌어야> 2. TK 고립 벗어나야
다수 대통령 배출 지역
한국정치 좌우 자부심
‘콘크리트 지지층’ 믿고
‘불통’ 고수 잇단 실책
정치권도 현실 직시 못해
무사안일…결국 ‘뒤통수’
타지역 빠른 다원화로
발전 이끄는 모습과 ‘대조’
지역 출신 대통령을 다수 배출한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우리 지역이 대한민국 정치를 좌지우지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지역민들의 자부심은 현 지역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믿음으로, 믿음은 ‘의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는 지역의 ‘일당 독식’을 고착화시켰다.

이번 총선 전까지 견제세력과의 경쟁이 전무했던 지역 정치인들은 절실함과 진정성 없는 모습으로 일관했고, 이로 인해 중앙정계에서의 존재감 또한 미약해져만 갔다. 이로 인해 TK가 더이상 중앙정계를 선도하는 지역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홀로 고립된 ‘섬’같은 존재가 돼버렸다는 한탄이 의식있는 지역민들 사이에 파다하다.

◇‘묻지마 지지’…지역 정계 안일함 초래

지역 정치인들이 내건 공약은 번번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역 정치인들은 ‘뻣뻣한’자세를 고수했다. 당장 지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박근혜 정부만해도 그랬다. 남부권 신공항 건설뿐 아니라 최근 전국적 반발을 사고 있는 무상보육 문제 등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핵심공약 중 실현된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공약무산에 대한 사 과표명조차 없었다. 중앙 정계에선 박근혜 정부가 ‘불통’모드를 고수할 수 있는 이유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약무산과 ‘인사참사’ 등 잇따른 실책에도 변함 없이 지지를 보내는 ‘TK민심’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정계에서는 TK의원들과 공무원들이 너무 ‘얌전’해서 국비 확보·지역현안 추진 등 중앙 정부부처와 정계에서 영향력 행사에 한계를 보인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지역 출신 정치인과 관료들이 타 지역에 비해 유독 타고 날 때부터 ‘선비’적 품성을 타고난 것일까. 성품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니 그만큼 타지역에 비해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지역민들의 묻지마식 일당 지지가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의 안일함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과거’와 ‘명분’에 갇힌 지역 정치권

지역 정치권이 ‘과거의 영광’에 머물고, 미래는커녕 현실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 정치권과 타지역이 빠른 속도로 다원화되며 경쟁양상이 강해지고, 이로 인해 거듭된 발전을 이끌고 있는 것과 달리 지역 정치권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신공항 문제가 대표적이다. 입지선정 발표 직전까지 아무 근거도 노력도 없이 ‘당연히 밀양’이라며 수수방관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이는 자신감이 아니라 나태와 불성실의 극치다.

두번째 신공항 백지화 이후에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역민들에게 해명 또는 사과하거나 대책 수립에 나서기는커녕, ‘강건너 불’로 여기고 안일한 모습을 보이다가 지역 언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지자 그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으로 인식하고 지난 22일 오후 부랴부랴 ‘수용불가’ 방침을 내놓았다.

한 지역 관계자는 “총선 때는 다같이 꿇어 앉아 표를 호소하던 지역 의원들이 신공항 백지화 이후에는 사과도 없고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이런 모습을 보고 지역 정치인들이 절실함과 진정성이 있다고 느낄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비난했다.

중앙 정계에선 TK의원들을 두고 ‘뒷북 전문’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나 현안 사업 유치를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없고, 항상 중앙의 누군가 혹은 다른지역 정치인들이 먼저 나서고 난 이후 뒤늦게 끼어든다는 것이다.

‘기초의원’급 국회의원이라는 야유도 들린다.

지역 의원들이 지역내 광역철도망 건설이나, 호남 등 타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범국가적 사업 추진에 집중하기 보다는, 지역구내 도로, 학교 환경 개선 등 구·군 의원이 신경써야 할 ‘동네 현안’에 매몰된 의정활동을 펼친다는 것이다.

범 지역적, 국가적 마인드로 큰 그림을 그리고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당장 ‘한 표’에 목을 매며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조건 1번지지’ 고착화가 지역 정계의 무사안일을 초래했고, 이는 곧 지역 의원들의 경쟁력과 창조성, 이슈 주도 능력 등을 모두 상실케 만들었다.

◇과거보다 미래, 명분보다 실리 추구해야

추락하는 TK와 발전을 거듭하며 부상하는 충청권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계 관계자들은 충청권이 TK와 가장 다른 점으로 과거보다 ‘미래’를,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의식을 꼽는다. 충남 도민들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젊은 야권 인사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또 한 번 선택했다. 중원에서 내리 재선 지사가 된 안 지사는 단숨에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이를 두고 국가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를 지역 주민들이 직접 키우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대전 시민들은 같은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선택 후보를 선택했다. 역대 대전시장은 9대때 한나라당 박성효, 10대 자유선진당 염홍철, 11대 더민주 권선택이다. 어느 한 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아니라 어느 당의 후보가 지역에 도움이 될지 냉정히 따지는 실리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당과 각 당의 후보들은 대전시민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공약을 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다음에도 언제든 ‘변심’할 수 있는 민심을 경계하며 당선 후에도 공약 추진을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실리 투표’가 지역정치권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그 다양성은 정당간 경쟁력을 촉발시켜 자연스레 지역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역대 대구시장 판도는 이와 판이하다. 권영진 시장 이전 대구시장은 특정 ‘학벌’계보가 시장직을 잇는 사실상 관료계내 ‘세습’이 반복됐다. 대권 등 ‘큰 꿈’은커녕, 잘못하단 낙선될 수 있다는 긴장감도 없는 시장들에게 진정성있는 시정 운영이나 혁신 추진을 기대하기는 당연히 힘들다.

오랫동안 중앙정계에서 활동해 온 지역 여권 인사는 “오래전엔 TK정치권과 정치인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지만 요즘의 옹졸하고 궁색한 모습을 보노라면 실망감을 넘어 부끄러움까지 몰려온다”며 “현재 서울과 타지역과의 정치 환경의 격차가 심하다. 지역정치권이 과거의 특권의식과 안일함을 타파하지 못한다면 향후 지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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