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 이해하게 됐죠”
“동네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 이해하게 됐죠”
  • 김정석
  • 승인 2016.06.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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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뿌리내린 외국인 이웃들

경북대 근처 모여사는 무슬림 유학생

파키스탄 이므란씨, 할랄음식마트 운영

축제서 전통춤 선보이는 등 이웃과 교류

“우리 가장 큰 걱정은 편견 아닌 주차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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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에서 파키스탄 슈퍼를 운영하는 이므란(37)씨와 현재 대학생인 모슨(32)씨(왼쪽).
윤관식기자 twd2002@idaegu.co.kr
지난 2014년 대구에 사는 외국인 인구는 2만5천203명이다. 동북지방통계청이 지난해 공개한 ‘통계로 본 대구 10년 변화상’에 따르면, 이는 2004년 1만177명과 비교해 67.7%나 증가한 수치다.

전국적인 추세보다는 더디지만, 대구에서도 외국인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체류자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외국인이 가정을 이룬 다문화가정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한반도가 ‘단일 민족’이라는 단어는 이제 사전에서 찾아야 할 옛말이 됐다.

외국인을 단순히 관광객이나 이방인으로 취급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와 ‘그들’은 좋든 싫든 ‘이웃’이 됐다. 대구에서 늘어난 외국인 수만큼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외국인 집단도 여럿이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이웃들을 만났다. (편집자주)

◇경북대 서문 근처에 모여사는 무슬림 유학생들

경북대학교는 여러 문(門)을 갖고 있다. 가장 번화한 북문, 지갑 얇은 학생들을 위한 가게들이 늘어선 쪽문, 최근 드넓은 잔디밭을 갖게 된 정문(남문), 복현오거리와 가까운 농장문, 경북대 테크노파크와 가깝다 해서 이름 붙여진 테크노문 등이 대표적이다.

서문에서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왼쪽 골목길 어귀에 ‘뉴 월드 마트’라는 슈퍼가 보인다. 언뜻 보기엔 동네슈퍼 같지만, 현관문에 ‘PRAYER TIME, WAIT PLZ(기도 시간이니 기다려 주세요)’라고 적힌 알림판 등이 걸린 모습에서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이곳은 파키스탄 출신의 이므란 사비르(37)씨가 운영하는 할랄 음식(Halal Food) 전문 마트다. 할랄 음식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허용된 음식’을 일컫는다. 일대에서 할랄 음식을 파는 유일한 곳이기에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아프가니스탄 등 전 세계 무슬림 유학생들이 모여든다.

이므란씨는 “공단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사는 것과 달리 경북대 서문 근처에는 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다. 50여명의 무슬림 유학생들이 할랄 음식을 사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아오고 서로 친하게 지낸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지난 2005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오게 된 이므란씨는 5년 동안 일하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2013년 봄 이곳에 뉴 월드 마트를 열었다.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한국어는 한 마디도 못했지만, 이젠 대화에 어려움이 없다.

그는 “뉴 월드 마트는 무슬림 유학생이 자주 들러 이야기 나누는 곳이긴 하다”고 설명했다. 무슬림 유학생들의 ‘사랑방’ 정도는 되는 셈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파키스탄 유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마트를 들락거렸다.

이므란씨는 다른 무슬림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5번씩 기도 시간을 갖는다. 마트 근처에 자그마한 이슬람 사원도 차려져 있다.

어느덧 2년 넘게 경북대 서문에 뿌리내리며 살고 있는 그는 파키스탄 유학생들과 함께 지난해 10월 열린 ‘서문골목축제’에서 파키스탄 전통춤을 선보이면서 이웃들과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거리를 나가보면 우리를 피하거나 대놓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하면서 이곳에서만큼은 서로를 이해하게 됐죠. 지금 가장 큰 걱정거리도 우리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이 아니라,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겪는 주차난이라니깐요.”

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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