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발언
백 의원, 되레 분노 키워
군민들 “애국자” 비꼬기도
차분한 가운데 잇단 ‘성토’
“성주군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선택됐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길 원한다.”
“성주군은 미국땅이 아니라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거냐. 아니면 힘없는 대한민국에 친정부 색채가 강해서 배치하기로 한 거냐.”
26일 성주군청에서 2시간 반가량 진행된 지역주민 간담회에서는 경북도당위원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동행한 백승주 의원이 타깃이 됐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현안질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를 선영이 있는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한 발언이 화근이었다.
한 군민은 “선영과 일가 친척의 머리 위에 사드를 배치하는 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라 패륜”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백 의원은 “야당 의원이 박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한 고향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 게 배신의 정치라고 한 게 서운하게 들렸다”고 반박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다른 군민은 “(백 의원 지역구인) 구미에 사드를 배치해도 그렇게 말하겠느냐”고 따졌고, 백 의원은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군민이 “금오산에 사드를 설치한다면 구미 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허락은 받고 그런 말 하냐”고 묻자 백 의원은 “개인에게 묻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에 또 다른 군민이 “백 의원이 사드를 구미에 배치하는 걸 찬성한다고 했다는 걸 기억해달라”고 말하자, 군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쏟아내며 ‘구미! 구미!’, ‘애국자! 애국자!’를 연호했다.
이날 간담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발언권을 얻어 마이크를 잡은 군민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를 셋 낳아서 기르고 있다는 한 군민은 “음식에 0.1%만 나쁜 게 들어 있어도 우리 아이에게 먹일 수 없는데 이런 곳에서 아이를 어떻게 낳고 기르느냐”며 “생체실험을 하려 것이냐”고 따졌다.
또 다른 군민은 “미국 의회에서도 사드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는 거라고 하는데 왜 정부는 거짓말하느냐”며 “우리가 힘이 없어서 쪼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기만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주=추홍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