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콘텐츠, 중국시장 진출이 살길…교두보 되겠다”
“대구 문화콘텐츠, 중국시장 진출이 살길…교두보 되겠다”
  • 황인옥
  • 승인 2016.07.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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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대구뉴컴퍼니 대표
성공신화 ‘만화방 미숙이’ 주인공
한류 바람 부는 中 시장 겨냥
‘당백호점추향’ 연출하며 터 다져
창작 뮤지컬 ‘미용명가’ 승부수
철저한 현지화로 관객 3만명 동원
40억~60억 규모 영화로도 제작
내년 2월께 1만개 스크린 상영
“중국은 모든 콘텐츠에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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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제작된 뮤지컬 ‘미용명가’ 중국판이 ‘2015 구미아시아연극제’ 공식초청작으로 구미 금오공대 극장 무대에 올랐다. 사진은 극의 한 장면. 극단 뉴컴퍼니 제공

이상원(55) 뉴컴퍼니 대표가 시니컬하게 물었다. “시간 좀 있으시죠?” 대구시립극단 연습실을 찾은 기자의 대답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대본 수정작업을 시작하고 뒤이어 배우들의 연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인터뷰보다 진행 중인 일이 더 급해 보였다.

이 대표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대구시립극단 9월 정기공연인 뮤지컬 ‘뇌우’ 연출을 맡아 최근 중국에서 대구로 돌아왔다. 중국작가 ‘차오 위’의 대표작을 원작으로 하는 ‘뇌우’는 9월 2일부터 4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이 대표의 오랜만의 대구 무대 복귀라는 제3자의 기분 탓일까? 연습실에서의 그의 모습이 들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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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대표
◇ 대구산 뮤지컬 ‘미용명가’ 중국서 영화로 제작

이날 연습실은 연출자와 배우가 연기와 동선을 맞춰보는 첫날이라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지켜보는 기자마저 그들의 열정 속으로 빨려 들어갈 만큼 연습실은 진지함이 넘쳤다. 잠깐의 휴식시간에 인터뷰를 시작하고 첫 질문으로 뮤지컬 ‘미용명가’ 영화제작 이야기를 던졌다. 뮤지컬 ‘미용명가’가 중국자본으로 중국시장을 겨냥해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그에게도 그렇고, 대구공연계에도 빅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미용명가’는 서울 등에서 장기공연하며 대구 토종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준 ‘만화방 미숙이’를 제작한 이 대표의 창작 콘텐츠다. 지역 극작가인 안희철이 작품을 쓰고, 이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미용실을 배경으로 한 젊은 남녀의 사랑과 꿈이 스토리를 이끈다.

이 뮤지컬은 2010년 초연 이후 국내에서 300회 공연되며 선전했다. 2012년부터는 난징, 상하이 등 중국에 진출해 중국어 제목 ‘메이파밍짜(美髮名家)’로 공연하고 있다. 중국배우와 중국제작진 중심의 현지화 전략으로 50여회 공연, 3만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하며 이 대표 중국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 영화제작이 성사된 과정이 궁금하다.

“작년 9월에 중국 연출가인 웬진핑(袁俊平) 씨가 ‘미용명가’를 영화로 제작해보자고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뮤지컬 ‘메이파밍짜’가 중국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과 정서적으로 잘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특히 재미와 감동 그리고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국가를 초월한 흥행요소가 그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 영화제작사는 어디인가?

“베이징화산쯔이영화사와 저장다오훠영화사, 중국 중앙방송 CCTV가 함께 제작에 참여한다.”

- 영화제작비용은 어느 선이며, 개봉 규모는 어떤가?

“40~6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영화배급사인 완와다영화관을 통해 중국 전역에 1만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 제작 일정은 어떻게 되나?

“9월경에 크랭크인 해서 2달 일정으로 촬영을 하고 개봉은 내년 2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 뮤지컬과 영화는 장르가 다르다. 대본 수정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미용실이라는 무대만 그대로 가져가고, 스토리는 수정된다. 한국유학생이 중국으로 유학 가서, 미용실을 경영하는 미용실원장인 중국여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한·중 러브스토리로 가닥을 잡았다. 한·중 젊은이들의 국경과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이 감동적으로 그려질 것이다.”

- 한·중 합작영화다. 합작의 수준은 어느 선까지인가?

“나와 웬진핑(袁俊平) 씨가 공동감독을 맡고, 남자주인공으로 한국배우가 캐스팅된다. 자본은 물론이고 시장도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대구경북과 중국사천성 광원시와 시안에서 동시 촬영한다.”

- 국내 뮤지컬, 그것도 대구산(産)이 중국에서 영화로 재탄생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구경북의 문화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영화시장은 거대하다. 연 관객 10억 명 규모로 거대하다. 이 시장에서 선전할 경우 대구경북이 관광 등 한류열풍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첫 영화, 그것도 중국에 진출하는 영화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영화장르는 처음이라 지난 1년 동안 공부를 했다. 뮤지컬이나 영화가 무대와 스크린에서 오는 표현양식은 다르지만 결국 재미와 감동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장치는 같다. 한· 중 양국 관객 모두에게 잘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 도전과 응전의 아이콘…

이상원 하면 도전이 먼저 떠오른다. 2007년에 대구민간극단으로는 최초로 창작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를 만들고, 2010년까지 700여회의 공연기록을 세웠다. 이 뮤지컬로 서울 대학로에서 한 달간 공연을 펼치며, 지방 제작 뮤지컬 최초 대학로 진출이라는 기록도 추가했다. 대구 연극 최초 대학교수(대구과학대) 임용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연출한 연극과 뮤지컬은 어림잡아 100여 편이 넘는다. 그야말로 최초를 두려워하지 않는 선구자의 길을 걸어왔다. 이 대표 도전 역사의 전환기는 역시 중국 진출이다. 2010년 돌연 거대 시장 중국에 도전장을 던졌다.

- 당시만 해도 대구에서 잘 나가는 연출자였다. 돌연 중국행을 결행한 이유가 있었나?

“당시 중국은 ‘대장금’이라는 TV드라마 때문에 한류 바람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던 시기였다. 중국의 공연예술이 활성화되기 이전이었지만 TV드라마를 시작으로 서서히 불고 있는 한류의 힘을 봤다. 중국 공연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판단하고, 승산 있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 시절인 2004년과 2005년, 2006년에 중국 상하이와 쑤저우, 우시 등지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 인연이 계기가 되어 2010년에 중국의 춘향전에 해당하는 ‘당백호점추향’이라는 작품 연출 제의가 들어왔다.”

- 이전에도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나?

“대구시립극단 작품이나 ‘만화방 미숙이’를 중국에서 공연했지만, 그것은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교포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당백호점추향’을 계기로 중국 관객들과 만나게 되고, 중국 공연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 뮤지컬 ‘미용명가’로 중국에 진출하고,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안착이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처를 안고 진출한 것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개인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당백호점추향’을 연출하면서 알게 된 인연들이 힘을 실어주면서 강소성연극단이 합작을 해보자는 제의가 와서 숨통이 트였다. 결정적인 승부수는 중국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현지화 전략과 중국배우들과의 협업이었다.”

- 문화적인 이질감으로부터 오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이방인이다. 처음에는 무시하는 분위기도 없잖아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많은 곳에 친한 친구들이 있다. 예술계는 물론이고 공무원, 사업가, 언론인 등 다양하다. 이들에게 열심히 대구를 알리고 있다.”

◇ 대구문화콘텐츠 중국 진출 교두보 역할 할 것

어느새 이 대표도 중국통으로 통한다. 어언 6년을 대구와 중국을 오간 결과다. 기본적인 소통은 중국어로 가능할 만큼 언어도 상당한 수준이며, 중국 공연 장르의 태동기부터 중국 현지인들과 함께 중국공연문화도 체득했다. ‘메이파밍짜’가 영화로 제작돼 개봉하면 그의 중국에서의 입지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한 에이전시 운영을 꿈꿨다. 이 에이전시를 통해 대구문화콘텐츠의 중국진출을 돕겠다는 것.

- 왜 중국인가?

“중국은 아시아 최대 시장이다. 북경의 공연시장만 3000억원 규모다. 한국의 전체 공연시장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것도 매년 17%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 공연시장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시장도 한계점에 달했다. 중국시장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 특히 지방에게는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들린다.

“그렇다. 대구 같은 작은 문화시장을 가진 도시가 살길은 큰 문화시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중국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이는 비단 연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술, 문학, 무용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 공연계도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아가는 다른 분야의 전철을 따라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중국시장은 우리에게 매력적이다. 우리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문화적인 동질감도 높다. 무엇보다 시장 규모가 거대하다. 매년 중국문화시장은 성장하고, 앞으로 세계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 아시아문화권이라는 동질감도 있지만, 이질감 역시 만만찮다.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에 진출하려면 중국에서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한다. 그들이 중국내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쉽지 않다. ‘돈 벌러 왔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철저하게 예술로 신뢰를 쌓고, 그 후에 인간적인 관계로 확대해야 한다.”

- 대구시립극단 9월 정기공연에 연출을 맡았다. 중국 현대연극의 거장 ‘차오 위’의 작품 ‘뇌우(雷雨)’를 선택한 것도 한·중 문화 좁히기의 일환인가?

“‘차오 위’는 중국의 세익스피어라고 불리우며 ‘뇌우’는 세계100여개국에서 공연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대구에서는 초연이다. 중국에 서양연극이 도입된 것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900년대 초다. 하지만 우린 중국의 현대연극에 대해서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이번 ‘뇌우’공연을 통해 중국연극의 또 다른 깊이와 중국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다.”

- 중국진출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엇인가?

“‘보는 만큼 안다’는 말이 있다. 부딪혀서 중국 문화나 중국 시장을 알아야 한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아직은 거칠지만 곧 우리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A~E까지 정도인 국내와 달리 A~Z까지 등급도 다양하다. 중국은 소득수준도 높아가고 문화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선택의 여지가 넓은 문화시장이라는 의미다. 이런 것을 알아야 제대로 된 전략이 나온다.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문화적인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 화장실 문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릇도 깨진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도 상류문화로 가면 우리나라 못지않게 화려하고 고급화되어 있다.”

- 중국진출에 대구만의 이점이 있나?

“대구와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다. 물류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정서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이제 대구도 큰 시장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 언제까지 서울 추격형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서울시장도 포화상태다.”

- 중국통으로서 역할이 있을 것 같다. 향후 계획이 있나?

“나는 혈혈단신으로 중국시장을 개척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 노하우를 활용해 연극은 물론이고 무용, 음악, 국악, 미술 등 다양한 대구문화콘텐츠가 중국에 진출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영화를 하면서 문화전문 법인을 만들었는데, 그 법인을 통해 돕게 될 것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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