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쌓아올린 정체성 추상표현의 거장 만난다
한지로 쌓아올린 정체성 추상표현의 거장 만난다
  • 황인옥
  • 승인 2016.07.2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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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전광영 회고展

9월 30일까지 우양미술관

한국적인 작품세계 해외 평단서 호평

미술관 개관 25주년 기념 소장품

미공개작 8점 포함 시기별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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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영의 회고전이 9월 30일까지 경주시 우양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삼각 스티로폼을 한지로 싼 후 이를 다양하게 쌓아올려 독특한 형상을 구축한 작품을 본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칠순을 넘긴 노(老) 화백의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핵심인 즉슨 ‘독창성에 대한 확신’이었다.

“역사 이래 수많은 화가들이 살다 갔다. 전지구상에 현존하는 작가도 1억명이 넘는다. 그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 내 작품은 유일하다. 그러면서 세계인들의 인정도 받았다. 최고라고 할 수는 없을지언정 신의 은총을 받았다는 자부심은 크다.”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에 찬 믿음을 가진 이가 얼마나 될까? 자신의 예술에 확고한 방향타를 가진 예술가는 또 얼마나 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화가 전광영(72)은 거침이 없었다.

세상에 없는 유일한 작업, 동양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것에 대해 에두르지 않은 직설화법으로 설명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은 부족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 이야기를 서양 사람에게 설명했을 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두 가지가 맞물려야 비로소 세계적인 것이 된다. 내 지향점 역시 이것이다.”

‘한국적인 것이야말로 세계적인 것’임을 증명하고 있는 화가 전광영의 조형철학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국내를 넘어선다.

그는 영국 런던의 버나드제이콥슨갤러리, 미국 코넷티컷주 얼드리치미술관, 일본 도쿄 모리아트센터 등 해외 유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또 예일대학교코네티컷,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워싱턴 우드로위슨인터내셔널센터, 영국 런던 빅토리아발버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특히 전 화백을 향한 해외 미술계의 찬사는 그의 자부심의 원천이다. 2014년 세계적인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 리졸리 뉴욕’에서 전 화백의 작품 세계를 다룬 책 ‘전광영: 한지, 마음의 풍경’(원제 ‘Kwang Young Chun: Mulberry Mindscapes’)을 발간한 것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호주 고등학생용 미술교과서에 동양의 대표적인 작가로 소개되고도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전 화백 작품의 독창성은 한지로 싸고 노끈으로 동여맨 삼각티로폼을 쌓아올린 형상에 있다. 이 독창적인 작품 ‘집합’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1969년 국내의 도제식 미술교육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추상표현주의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이방인으로서 혼돈은 피할 수 없었다. 77년 귀국 후 정체성 찾기가 본격화 됐다. 네모나 동그라미가 아닌 삼각형인 데는 조형성 구축의 용이함이 작용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모마 미술관이나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아 세계적인 대가들의 작품 앞에 서면서, 내가 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서양인들의 철학을 내 재주로 입히는 것에 회의가 밀려왔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에 부딪혔고 입국 후부터 나만의 독창성, 내 삶의 이야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성장한 후 홍익대학교를 거쳐 필라델피아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 긴 여정 속에서 그의 감성을 잡아끈 것은 고향 홍천에서의 기억이었다. 큰할아버지가 운영하던 한약방에서 본 한지에 싸인 약재봉지가 자신의 스토리로 다가왔던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나’ 다우면서도 세계적인 것”이라는 확신이 스쳐갔다.

“서양은 박스 문화다. 반면에 우리는 보자기 문화다. 박스 문화는 확장 개연성이 없다. 하지만 보자기는 확장성인 높다. 보자기에 투영된 정서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인 ‘정(情 )’ 문화다. 비록 가난했지만 하나라도 더 넣어주고 싶은 마음이 보자기 속에 녹아있다. 보자기와 정(情) 이야말로 나와 우리를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우양미술관 개관 25주년 기념한 이번 전시에는 우양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작가의 추상표현주의 작업 중 미공개작 8점과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작품 중 현재 남아있지 않은 10여점을 다시 제작해 시기별로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경북 경주시 우양미술관에서 9월 30일까지. 054-745-707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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