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른 제수용품 ‘보기도 겁난다’
너무 오른 제수용품 ‘보기도 겁난다’
  • 정민지
  • 승인 2016.08.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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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20여일 앞
전통시장 가보니…
폭염에 가뭄 피해 겹쳐
채소·과일·수산물 등
대부분 품목 급등
뜸한 손님들 힐끗 눈길만
어쩌다 흥정 ‘절레절레’
상인들도 “올 추석 포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품목별 가격정보
칠성시장
25일 대구 칠성시장 수산물 상가에서 한 가족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차례상에 올릴 돔베기(상어고기)를 구입하고 있다.
“말도 못하게 올랐네.”

25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돔베기(상어고기)를 구입하는 주부와 고기를 손질하던 상인의 이구동성이었다.

추석(9월 15일)을 20여일 앞둔 칠성시장은 손님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휑했다. 이맘때면 일부 추석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북적대야 하지만 평소보다 더 한가한 분위기였다.

“값이나 물어보고 가세요”라며 채소 상인이 외치자, 한 손님이 한 번 힐끗 쳐다보고 갈 뿐이었다. 한 두 명 가격을 흥정하던 이들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돌아섰다.

가족들과 함께 돔베기, 조기, 동태 등 수산물을 미리 구입하러 온 70대 여성은 “지난 설에 50만 원가량 들었던 차례상 비용을 이번 추석에는 최소 75만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며 “날이 덥고 가물어서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 같다”고 걱정했다.

서문시장도 한산한 사정은 비슷했다. 의류 상가쪽 외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건어물상가 앞에서 40년 넘게 수산물을 파는 고성희(여·68)씨는 “올 추석은 ‘안된다’는 각오를 하고 장사 중”이라며 “조기 한 박스 값이 5만~7만 원가량 올랐다. 수온이 높아져 시장에서 팔 (싸고 좋은) 물건이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옆자리 상인도 거들었다. “저 앞(입구)에서부터 사람이 밀려서 여기 안쪽까지 들어와야 하는데 요즘 사람 구경을 못한다. 생선이고 야채고 파는 우리도 놀랄 정도로 비싸졌다.”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채소와 과일값은 물론, 육류와 수산물값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5일 발표한 1차 추석 차례상차림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물가는 지난해보다 7%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13면)

전통시장은 22만3천 원, 대형유통업체는 31만6천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7.2%, 8.8%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으로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최근 바다 양식장 어류 집단 폐사와 쇠고기 값 상승으로 소비자들은 차례상 준비를 위한 지갑열기가 두려운 상황이다.

2배 이상 가격이 뛴 배추는 물론, 풋고추 등 채소는 시장 내에서 “찾기가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과일값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사과와 배 가격도 수요가 몰리는 추석을 앞두고 뛸 가능성이 높다.

수산물의 사정은 더 나빴다. 폭염의 여파로 수온이 높아진 탓에 상인들은 “바다에 물고기 씨가 말랐는지 몇몇 생선은 주문해도 구하질 못한다”고 전했다.

한우의 경우도 사육두수 감소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주부 이삼화(여·54)씨는 “올해처럼 채소값, 고기값이 껑충 뛰면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명절 준비하기가 매년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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