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큰불에…대구, 연말이 사라졌다
최순실에 큰불에…대구, 연말이 사라졌다
  • 남승렬
  • 승인 2016.12.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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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시국 원죄의식
서문시장 화재 겹악재
사회전반 분위기 위축
송년모임 말도 못 꺼내
상인들 “숨이 막힌다”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다, 국정농단이다 해서 나라도 어수선한 데다 서문시장에 큰 불까지 나 연말 특수는 꿈도 못꿉니다.”

연말을 맞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됐던 대구지역이 ‘적막강산’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깊은 침잠에 빠졌다.

지난 10월말께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급기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로 이어지는 등 어수선한 시국 상황에서 대구 서문시장에 대형 화재까지 발생, 팍팍한 연말 분위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특히 대구가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탓에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게이트 앞에 시민들은 ‘원죄 의식’마저 느낀다고 토로한다. 설상가상 서문시장 4지구 화재는 지역에 경기 불황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자영업자들과 영세상인들은 “연말특수가 실종됐다”며 너도나도 아우성이다.

8일 서문시장 인근에서 만난 한우 전문점 사장 김영일(48)씨는 “직접 피해를 입은 시장 상인들보다는 상실감이 덜하지만 주변 자영업자들의 근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화재 이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탓에 시장 손님이 감소하면 자연히 주변 상권도 위축되지 않겠느냐”며 우려했다.

시장 인근에서 야채를 파는 박순임(73) 할머니는 “나라도 시끄럽고 시장에 큰 불까지 나 서문시장 인근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며 “날은 추워지는데 살림살이마저 팍팍해져 시린 겨울을 날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40대 서문시장 4지구 상인은 “이번 화재로 점포가 몽땅 불에 탔다. 숨이 턱턱 막히는 심정”이라며 “연말 특수는커녕 앞으로의 생계가 걱정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를 둘러싸고 잇따라 발생한 직·간접적 악재는 공직사회마저 얼어붙게 했다. 예년 같으면 각종 연말 모임 잡기에 분주한 시기지만 올해는 대통령 탄핵 추진과 서문시장 화재 등 침체된 분위기 탓에 “모임을 하자”는 말조차 눈치 보이는 상황이다.

한 구청 공무원은 “바람잘 날 없는 정치상황과 서문시장 화재 때문에 사무실 공기도 냉랭하다”며 “여기에 지난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청탁금지법 탓에 정기적으로 여는 직원 회식도 아예 사라졌다”고 했다.

예년보다 송년 모임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공기관 직원 등이 자주 찾는 고급 식당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수성구 두산동의 한 한식당 업주는 “지난해 12월에는 평일, 주말 상관 없이 예약이 꽉 잡혔는데 올해는 김영란법, 국정농단 사태, 서문시장 화재까지 겹치면서 예약 문의전화가 뚝 끊겼다”며 “가뜩이나 좋지 않는 경제상황에서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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