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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인의 선택 놀랍지 아니한가?

기사전송 2017-01-11, 21: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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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6.13 지방선거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결과 광역자치단체장은 예측대로 대구·경북과 제주를 제외하고는 전국이 파란색 일색으로 끝이 났다. 이를 두고 혹자는 빨간색을 당선시킨 대구·경북을 두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구제불능이라고 한다. 심지어 더 당해봐야 정신 차린다고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러할까 ?

필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대구·경북이야 말로 진정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 가장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무소속이 당선된 제주를 제외하고 만약 대구·경북에서 조차 파란색으로 변하여 전국이 파란색으로 통일되었다면 어떠하였을까? 아무리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가 높다고 하더라도, 소위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국가의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을 어느 한 정당이 독점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아마 그렇게 되었다면 전 세계 민주국가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비록 대구·경북지역에서 출마하여 낙선한 파란색 후보자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지만, 이 지역조차 광역자치단체장에 파란색이 당선되어 전국이 전부 파란색으로 변했다면 어찌되었을까? 그것이 민심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결정이 전 세계 민주국가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생각하면 필자의 몽상일까?

이번 선거 결과는 대구·경북지역에 있어서도 그동안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선거에서 소위 진보라는 정당을 지지하면 정치수준이 높은 지역이고, 보수라는 정당을 지지하면 정치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치부하는 이상한 경향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 대해 ‘수구 골통’이라는 악의적인 낙인을 찍어 왔다.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필자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어 지난 1월 ‘대구에 대한 오해’라는 기고에서 대구 시민들의 높은 정치수준이 폄훼되고 있음을 피력한 바가 있다. 대구·경북인들의 높은 정치수준은 이번 선거에서도 잘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즉 파란색에서도 참신하고 깨끗한 인물이 나온다면 얼마든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이번 대구·경북의 선거결과는 비록 겉은 빨간색이나 속은 파랗게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경북의 경우 광역의회에 파란색이 지난번에는 비례 2명에 불과하였으나 이번에는 지역구에서만 7명이 당선되었고, 기초의회의 경우 지난번에는 지역구에서 선출된 파란색이 2명에 불과하였으나 이번에는 38명이나 선출되었다. 심지어 박정희대통령의 고향, 보수의 심장이라는 구미에서는 파란색이 단체장으로 선출되었고, 의회에도 파란색이 지난번 1명에서 이번에는 7명으로 늘어났다.

대구의 경우 광역의회에 파란색이 비례1명에 불과하였으나 이번에는 지역구 4명 비례 1명 등 5명이 입성하게 되었다. 기초의회의 경우에는 파란색의 진출이 가히 폭증하였다고 할 수 있다.

대구전체 기초의원 117명(비례포함)중 파란색이 51명, 빨간색이 62명이다. 심지어 대구 정치 중심이라고 하는 수성구의 경우 단체장은 빨간색이나 의회는 파란색이 다수당이 되었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권선거에서 빨간색의 폭망은 시대 흐름을 무시한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들의 지도자였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영어의 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듯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국민들에게 잘못되었다고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일관한 공천, 선거과정에서의 막말 등등 얼마나 국민들을 실망시켰으면, 그들의 당대표가 파란색의 X맨이라는 조롱까지 나오겠는가? 모든 것이 다 빨간색의 자업자득이다.

이런 결과는 일부러 만들려고해도 힘든 일이다. 대구·경북의 유권자들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정치의식은 빨간색을 각성하게 만들고, 파란색을 격려하여 더 노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생각된다.

이번 선거의 투표결과는 대구·경북인의 빨간색에 대한 마지막 경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감히 충고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그래도 빨간색이 다수 당선되었다고 자만하여 반성하고 변하지 않으면 차기 총선에서 8대 국회의원선거처럼 빨간색이 이 지역에서 전멸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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