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 나누고 싶어요”
“여행의 설렘, 나누고 싶어요”
  • 황인옥
  • 승인 2017.01.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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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작가 서 현 지
삶의 의미 찾기 위해 떠났다…그곳, 인도로
직딩 7년차 평범한 30살 여인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모아
23살 첫 여행지였던 곳 재방문
25개 도시 여행기 책으로 발간
대구신문보도자료사진-9
작가 서현지가 책 ‘내가 그곳에 있었을 때’라는 여행에세이집을 출간했다.
내가그곳에있었을때
23살의 서현지가 30살의 서현지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거니?” 서른 살의 서현지가 답했다. “꿈을 잃어 버렸어. 다시 꿈을 꾸고 싶어.” 30살의 서현지가 23살의 서현지가 그랬듯 홀린 듯 바랑을 챙기고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3살에 처음 여행을 떠났는데 인도였죠. 그때가 제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인도여행은 힘든 터널을 지나온 제게 주는 선물이었어요.”

경북대 국문학과를 다녔던 20대 초반은 고단했다.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어려워진 집안 형편이 어깨를 짓눌렀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낭만보다 냉혹한 현실에 먼저 눈을 떠야하는 시간들이 계속됐다. 꿈 많은 여대생에게는 가혹한 시간이었다. 때마침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이 당선되고 상금이 통장에 꽂혔을 때 과감하게 인도행을 결행했다. 23살의 서현지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초행길이라 두려움을 안고 갔는데 막상 인도는 제게 자유를 안겨줬어요. 꾸밈없는 인도에 젖어들면서 남을 위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됐고, 누군가를 위해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됐어요. 인도에서 만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어요. 인도가 제게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첫 인도를 다녀오고 형편이 나아졌다. 직장을 구하고 집안 살림도 기울기 이전으로 회복됐다. 월급을 모아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고, 또래 여느 여성들처럼 쇼핑을 하며 욕구를 채워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성에 젖어 집과 회사를 습관처럼 오가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이 밀려왔고, 아련하게 멀어져가는 작가의 꿈은 절망감을 안겼다. 그렇게 7년을 보내고 사표를 썼다. 그리고는 다시 인도여행길에 올랐다. 30살 봄이었다.

“순수와 삶에 대한 희망으로 마음 설렜던 인도를 여행하던 23살의 서현지를 찾고 싶었어요. 20대 초반에 힘들 때 인도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그 힘으로 20대를 살 수 있었으니까, 다시 인도에 가면 지금 제게 필요한 답을 줄 것 같았어요.”

7년 만에 다시 떠난 인도여행에는 작가의 꿈을 이루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두 번째 방문이라는 익숙함도 한몫했지만 목표가 있어 집중도는 더욱 높았다.

“여행을 통해 힘을 얻고 꿈을 이뤄가는 서현지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런 목표가 있으니 여행 중에 저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 이야기들이 책에 담겼어요.”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이 ‘내가 그곳에 있었을 때’다. 책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출간했다. 한류문화인진흥재단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열었는데 오픈 5일 만에 목표 금액인 400만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SNS상에 공개한 인도여행에세이가 반향을 일으킨 것.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책이 출간된 만큼 후원자분들게 받은 그 사랑을 저 역시 작게나마 이웃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판매된 도서 정가의 10%를 지역의 다문화가정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책에는 인도 내 25개 도시를 여행하며 겪었던 에피소드와 서현지의 팍팍했던 청춘의 순간이 오버랩된다. 힘들었던 청춘을 뒤로 하고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그녀 자신, 여행지에서 만났던 따뜻한 사람들, 갠지즈강에서 맞닥뜨렸던 삶과 죽음의 이야기들을 때로는 정갈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때로는 절절하게 그려내며 우리 시대 청춘들의 아픔을 녹여내고 있다.

여행에세이 작가라는 이름을 얻은 그녀답게 인터뷰 내내 여행 예찬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여행에세이 작가로 꿈을 펼쳐가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여행을 하면서 강연도 다니고 책도 냈습니다. 여행이 저를 발견하고 꿈을 이루는 매개가 됐죠. 무엇보다 저 자신이 단단해졌어요. 여행하며 만났던 사람들도 재산으로 남았고요. 이처럼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여행은 인생의 쉼표 같은 것이었어요.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책을 통해 하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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