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고 제대로 뽑자”…높아가는 변화 목소리
“정신 차리고 제대로 뽑자”…높아가는 변화 목소리
  • 김지홍
  • 승인 2017.02.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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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환기’ TK 민심 어디로…
최순실 게이트 겪으며 지역서도
문재인·안희정 등 진보 후보 강세
60대 이상 시민들 “그래도 보수”
젊은층의 투표 참여 변수될 듯
TK민심(동성로풍경)1
보수의 심장이었던 대구경북. 최근 TK는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야당에게도 눈길을 돌리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정치적 정체성이 격변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사진은 18일 오후 대구동성로 전경. 전영호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24%, 안희정 충남지사 19%,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15%,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7%, 이재명 성남시장 5%,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4%.’ 지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구·경북지역 유력 대선 주자 지지율이다. 지난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80%가 넘는 표를 몰아줬던 대구·경북지역의 민심이 이처럼 완전히 달라졌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대구 정치의 전환기”로 평가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대구·경북 민심은 어느 정당을, 누구를 선택할까. (편집자주)

“문재인이는 나쁜 놈이고, 황교안이가 그마나 제일 나은 것 같더만.”

지난 15일 오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에서 만난 수산물도매업자 이형기(60)씨의 인물평이다. 그는 “문재인이는 간첩 아닌교. 황교안이가 그래도 총리되면서 다 털어냈응께, 제일 깔끔한 거 아니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은 “이제 정신 차리고 뽑아야지. 나라 완전 병신됐다 아니가”라고 거들었다.

아직도 새누리당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 60대 이상과 달리 40·50대 중장년층의 생각은 엇갈렸다. 축산업자 이연식(57)씨는 “바른정당도 생긴 마당에 새누리(자유한국당)는 정신차려야 된다. 전체적으로 싹 바꾸지는 못해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꿔야 한다”며 “대구·경북이 무슨 골 때리는 동네로 전국에 비쳐지고 있다. 상식선에 맞는 정치가 되도록 머리 숙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택시기사 임인식(53)씨는 “텃밭 주인 바꿔야지. 박근혜의 새끼든 말든 황교안이가 그나마 제일 낫다. 사람이 얼마나 점잖냐. 지금 총리도 하고 권한대행까지 맡고 있으니 경험도 있어 잘 할꺼라고 생각한다”면서 “안희정도 참신하고 괜찮지만 자기네들끼리 경선하면 문재인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 붙었을 때는 차기 대통령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여당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 정 떨어졌다”고 말했다.

50대에서도 이번엔 정권교체를 해야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지난 11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참석한 김연제(51)씨는 “독재는 있을 수 없다. 반드시 새로운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며 “대구·경북에도 다양한 정치 색이 나타나면 좋겠다. 대구·경북도 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정희도(53)씨는 “형님은 무슨 말을 그래하능교. 그래도 이번에 싹 엎고 새로 시작해야지. 이번에는 정권 바끼야 된다 무조건. 황교안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고 언성을 높였다.

정치 무관심층으로 적극적인 투표를 하지 않던 대구·경북지역 청년층의 마음은 민주당으로 많이 넘어갔다.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연정 등 보수를 끌어안는 행보를 보이면서 대구·경북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2월 셋째주) 성인 1천3명을 상대로 한 정례 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대구·경북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을 넘어섰다. 민주당은 34%를 얻어 지난주보다 8%p 올랐다. 한국당은 지난주(27%)보다 5%p 떨어진 22%에 머물렀다. 바른정당은 9%의 지지율을 얻었다.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이 한국당을 앞지른 것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에 출석하면서부터다. 당시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은 지지율 27%를 얻어 처음으로 한국당(26%)을 넘어섰다. 대구·경북에서 한 때 50%의 정당지지율을 보였던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꾸준히 떨어져 지난달 둘째주(17~19일)에는 17%로 최저치를 보였다.

달서구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차지연(30)씨도 “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삼은 문재인 대표가 공약 등을 보면 확장성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지영(35)씨는 “안희정 후보의 ‘현실 정치’가 마음에 든다”며 “젊은 감각과 나름대로 이념을 풀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며 “가변적인 정치 분위기에 장기적인 안정감이 있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류민지(25)씨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시원한 발언이 마음에 든다”며 “우리나라도 저렇게 대찬 사람이 필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보수 주자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꼽는 사람도 있었다. 사업가 정영식(32)씨는 “다른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곧은 의지가 마음에 들었다”며 “정치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대구·경북 유권자는 427만3천494명(대구 248만7천514명·경북 270만1천961명)이었다. 전국 유권자의 10.15%에 해당한다. 실제로 투표했던 비율은 9.76%로 나타났다. 성별 투표율로는 전국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대구가 남자(54.3%)보다 여자(55.0%) 투표율이 더 높았다. 대구의 성별·연령별 투표율은 30~34세 남성이 41.4%로 가장 낮았으며 70~79세 남성이 77.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와 달리 그동안 투표를 잘 하지 않았던 청년층의 투표 참여가 대구·경북 민심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김지현(28)씨는 “그동안 선거 안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침묵해서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꼭 선거하겠다. 그런데 새누리는 안찍을 거다”라고 했다.

◇“정치 분화” TK 정치의 전환기

전문가들은 이번 TK 민심은 여야 50대 50으로 확연히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통령을 배출해 낸 지역의 자부심이 배신감과 상실감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길리서치 이형락 소장은 “대구·경북에서 야권의 지지율 상승은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애증(愛憎)이 투표율에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31년 만에 탄생된 야당 의원만 보더라도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며 “TK 정치의 뚜렷한 전환기”라고 말했다.

특히 이 소장은 지지 정당을 바꾸지 않을 부동층으로 젊은층과 노인층을 꼽았다. 이 소장은 “유권자 중 판단을 유보한 10%를 제외하더라도 ‘보수정치 1번지’ 대구·경북의 지역색 속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던 기득권층·노인층 등 총 30%는 무조건 자유한국당 표로 쏠릴 것”이라며 “반면 반여 정서가 있는 젊은층·지식층은 무조건 야당을 찍고, 바른정당도 10% 정도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TK 민심의 변화로 정치적 선순환 구조가 태동할 것이란 낙관적 분석도 많다. 1번을 맹목적으로 찍는 ‘묻지마’ 투표가 사라지면서, 유권자들도 정치인들도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진다는 것이다. 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 민심을 독점해온 자유한국당이 쇠퇴기 아닌 쇠퇴기를 겪으면서 보수당과 야당이 갈라지고 있다”며 “TK에도 정치 분화가 일어나면서 유권자에게 더 잘하려는 정치인의 정치적 서비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유권자들은 나의 한표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자신이 찍은 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투표 효능감’이 생겨나면서 정치적 참여가 늘어나, 결과적으론 ‘정치의 선순환 구조’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투표율도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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