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공들인 화려한 무덤…타지마할에 깃든 불멸의 사랑
22년 공들인 화려한 무덤…타지마할에 깃든 불멸의 사랑
  • 황인옥
  • 승인 2017.03.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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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지의 인도여행기 (3)인도 아그라로 오세요
대학생 시절, 인도여행을 선택한 이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인도 대표 건축물
무굴 제국의 황제가 왕비의 넋 기리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지어
시간, 날씨, 방향 따라 천차만별 모습
11시간 보고 또 봐도 감탄의 연속
인도아그라(33)
날씨에 따라, 햇살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이는 ‘타지마할’
가끔씩 사람들이 물어본다.

“왜 첫 여행지로 인도를 선택하셨나요?”

이 질문에 대해 나는 항상 같은 답을 내놓는다.

“타지마할이 정말 보고 싶었거든요.” 라고.

아르바이트를 숙명처럼 여기며 살았던 대학 시절, 나는 학교에서 교양수업으로 수강한 ‘인도 미술의 이해’ 라는 수업에서 처음으로 타지마할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타지마할과 처음으로 교감했다’ 라고 하는게 맞겠다고. 새하얀 뚜껑의 타지마할은 어릴적부터 TV나 잡지 등을 통해 줄곧 보아오긴 했었지만 그저 ‘인도에 있는 어느 유명한 건물’ 정도로만 알았지 그게 한 여인의 무덤이라던가, 이슬람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던가 하는 사실 따윈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날, 강의실 스크린을 통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타지마할은 마치 영화속의 한장면처럼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너 지금 거기서 뭐해? 빨리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스크린에 띄워진 그 모습을 보자마자 머리가 멍해졌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왼쪽 가슴에 뜨끈하게 퍼져올랐다. 그게 무슨 감정이었는지는 사실 아직까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나도 모르게 반드시 저곳을 가야만 할 것 같았다. 반드시 내 두 눈으로 저 타지마할을 보아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나 인도로 떠나야겠다.’ 라고.

“와, 진짜 대박이다. 뭐야 이거? 사람 사는데 맞아??”

타지마할이 있는 인도 아그라.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수도인 뉴델리보다 더 사람이 많고, 더더욱 시끄러우며, 말도 못할 정도로 공기가 안 좋은 이 동네. 갠지스가 있는 바라나시, 블루시티로 유명한 조드푸르와 함께 북인도를 먹여 살리는 대표 관광지인 만큼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예상은 했으나 직접 눈으로 확인한 타지마할의 인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했고, 그 출렁이는 인파 속을 정신없이 오가는 장사꾼들은 그야말로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인도 아그라 (32)
타지마할을 방문한 관광객들로 길게 늘어선 행렬.
위에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덧붙이자면, 타지마할은 그 성전 같은 자태와는 달리 누군가의 무덤으로 사용될 목적으로 지어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무굴 제국의 황제였던 샤자한의 부인 ‘뭄 타즈마할’. 샤자한은 빼어난 외모와 선한 성품을 지닌 뭄 타즈마할을 목숨 바쳐 사랑했다. 허나 어느 날 뭄 타즈마할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에 매우 슬퍼하던 샤자한은 그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무덤, 그녀의 이름을 딴 이 ‘타지마할’을 건립하기로 결심한다.

사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굉장히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한 나라의 왕과, 그의 사랑을 듬뿍 받은 한 여인의 이야기. 이 얼마나 애절한가.

하지만 문제는 그 타지마할을 짓는데 국고를 지나치게 낭비했다는 것과, 무려 22년 동안이나 백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데 있었다. 결국 기울어가는 국세가 걱정되었던 샤자한의 아들 아우랑제브는 아버지를 왕위에서 끌어내렸고, 왕권을 박탈당한 샤자한은 타지마할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탑 꼭대기 갇혀 남은여생을 보내게 된다.

여기까지가 타지마할에 얽힌 대략적인 스토리다. 알고 보면 그 눈부시고 고고한 자태에 비해 가려진 내막은 썩 아름답지만은 못하다. 백성들의 노역으로 지어진 무덤. 한 나라의 왕과 그의 아들을 철천지 원수지간으로 만든 바로 그 건축물. 허나 지금은 또 후손들을 두고두고 먹여 살리는 위대한 문화유산이 된 존재. 그것이 바로, 지금 내가 만나러 가는 타지마할의 면면들이다.

“자자, 입장권 받으실 분들 줄서세요! 여자는 이쪽! 남자는 저쪽!”

나는 타지마할의 각양각색의 매력을 최대한 오래 즐기기 위해 보조가방 가득히 먹을거리를 싸짊어지고 왔다. ‘해질 때 까지 여기서 안 나가야지. 하루 종일 이 안에 있을 거야!’ 하면서. 그러나 웬걸.

“어이, 이 안에 든 게 다 뭐지? 음식물 반입 안 되는 거 모르나?”

“네에? 안 된다구요? 이거 전부 다요?”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입장 바로 직전에 몸수색을 받다 직원에게 간식거리들을 몽땅 다 빼앗겼다. 알고 보니 타지마할에 입장할 때는 음식물 및 무기류(손톱깎기, 바늘 등) 반입이 무조건 금지된단다. 음식물을 먹으며 곳곳을 더럽히는 관광객이 너무 많은데다 심지어 먹고 난 후 쓰레기까지 아무렇게나 버려놓는 이들 때문에 압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뭐 별 수 있나. 좀 속상해도 따르라니 따를 수밖에. 그렇게 나는 하루치 식량을 몽땅 빼앗긴 채 여권과 카메라 하나만 달랑 들고 타지마할로 입장했다.

게이트를 지나, 드디어 마주한 타지마할. 한 학기 내내 스크린으로만 보아왔던 그것이 드디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누가 그랬었지, 타지마할은 존재 그 자체로 감탄스럽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왜 타지마할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1위를 차지했는지도 그제야 이해가 되더라. 짙은 안개를 뚫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지붕과, 온 몸으로 뿜어내는 새하얀 빛은 내가 비로소 타지마할 앞에 서 있다는 걸 실감케 했고, 정수리를 지긋이 짓누르는 것만 같던 그 묵직한 분위기는 오직 그 주위를 감싼 공기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시키기에 충분했다. 알리바바 바지를 입고 멍하게 서 있는 나, 그리고 그런 내 앞의 타지마할. 그제서야 제대로 실감이 났다. ‘아, 나 진짜로 인도에 왔구나’ 하고.

타지마할이 날씨에 따라, 햇살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인다는 교수님의 말은 진실이었다.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 정도로 장엄했던 새벽의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타지마할은 또 다른 맑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았다.

그러다 잠시 구름이 드리워질 때면 위 아래로 그림자가 져 순식간에 보랏빛으로 변했고, 해가 중천에 뜬 오후 1시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찬란한 황금색 옷을 입었다가, 또 시간이 흘러 하늘에 노을이 드리워질 때쯤엔 지붕 꼭대기에서부터 서서히 빛이 부서지며 태어나서 처음 보는 화려한 라이트 쇼를 선사했다.

그랬다. 무려 11시간동안 오랫동안 지켜본 타지마할은 때로는 우울한 표정도, 또 때로는 행복한 미소도 지어가며 매 순간 다양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았다. 아마 한 몇 시간 잠시 머물렀다 훌쩍 떠나버렸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그 모습들. 타지마할이 가진 그 여러 가지 색들을 미처 다 보지 못하고 아그라를 떠났다면 아마 나는 아마 크게 후회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 아마 그러겠지. “타지마할이요? 그냥 되게 크고 하얀 건물이던데요?” 라고. 사실 타지마할은 흰색이기도, 황금색이기도, 그리고 때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보랏빛이 되기도 한다는 걸 미처 모르는 채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의미에선 타지마할이 참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오래오래 저를 들여다봐줄 사람이 있다는 거. 요리조리 앞뒤로 돌아가며 저를 쳐다봐주고, 아껴주고, 기록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고맙다. 나를 여기까지 불러주어서. 이렇게, 내 눈앞에 서 있어 주어서.’

나를 인도로 이끌었던 타지마할. 그리고 그 첫 만남과 11시간에 대한 기억. 만일 언젠가 당신이 인도 아그라에 가게 된다면 온 하루를 이 타지마할과 함께 보내보기를 권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장장 10시간 이상을 공복으로 버틸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단언컨대 그 인고의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로 크나큰 감동을 타지마할로부터 선사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보고 온 아그라가 언젠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전해지기를, 그리 바래본다.

여행칼럼리스트 jsmoon09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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