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23일 토요일    단기 4350년 음력 8월4일(癸丑)
기획/특집기획/특집

맑게 따뜻하게…커피혁신 이끈 ‘메리타 드리퍼’

기사전송 2017-05-18, 21:22:38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싸이로그 구글
이병규의 커피이야기-(11) ‘메리타 드리퍼’의 탄생 비밀
커피, 19C 기호식품으로 대중화
추출기술 발전은 제자리 머물러
메리타 부인, 새 여과방식 고민
종이필터·드리퍼 개발 ‘혁신’
지속적 개량 노력으로 제품 발전
1919년 출시 자기 제품 긴 시간 인기
1932년 원뿔형 갖춰 여과시간 단축
세계 최초 플라스틱 드리퍼도 개발
멜리타드리퍼
1908년에 만든 최초의 황동커피추출용기와 메리타 여사.
◇식어버린 모닝커피

때는 1908년 정월 어느 날.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 ‘드레스덴(Dresden)’ 그곳에서는 밤새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실내공기 탓에 밤새 움츠리며 선잠을 잔 에밀 휴고(Emil Hugo)는 항상 그랬듯이 이불 속에 잔뜩 웅크린 채, 달콤한 새벽잠에 빠져있었다. 아침 준비를 하던 휴고의 아내 메리타 벤즈(Melitta Bentz)는 늦잠을 자는 휴고를 향해 “시간이 되었어요. 그만 일어나세요.”라고 주방에서 침실을 향해 소리를 쳤다. 하지만, 아침 단잠에 빠진 휴고는 독일인 특유 강한 톤의 메리타 목소리에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메리타는 김이 피어오르는 모닝커피를 쟁반에 받쳐 들고 침실로 들어왔지만 휴고를 깨우지 않고, 커피를 침대 옆 탁자에 놓고 그냥 나가버렸다. 잠시 후, 커피향이 실내에 퍼지자 전혀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던 휴고는 몸을 뒤척이더니 슬며시 실눈을 뜨기 시작했다. 상반신을 일으킨 휴고는 침대 위에서 앉은 자세로 손을 뻗어 잔을 잡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그는 전원이 켜진 전지인형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고는 마지막 한 방울의 커피까지 모두 마시고는 입안에 남은 커피 찌꺼기를 “퉤퉤”침실 카펫 위에 뱉어버렸다.

그날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던 에밀 휴고는 그의 아내 메리타의 눈치를 흘깃 보더니 짐짓 무거운 톤의 목소리로 “메리타, 나는 좀 더 뜨거운 모닝커피를 마시고 싶어. 오늘 아침 커피는 너무 식어 있었어.”

메리타는 갑작스런 휴고의 말에 당황했지만 독일인 특유의 침착성을 잃지 않고 “네 알았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휴고가 원하는 뜨거운 커피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메리타는 결혼 전부터 휴고가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뜨겁고 강렬한 커피를 즐긴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17세기 유럽의 커피 추출법

십자군 원정 이후, 이슬람의 문화이던 커피가 17세기에 유럽에 소개되면서 커피추출방법도 이슬람식 그대로 전달되었다.

당시의 이슬람 커피추출법은 곱게 갈린 커피를 뜨거운 물에 5분정도 부글부글 끓인 후, 불에서 내려놓고 커피 찌꺼기가 바닥에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 용기 윗부분의 커피를 잔에 부어 마셨다. 커피가루가 밑으로 가라앉았다 해도 커피는 투명하지 못했고 커피 잔에 커피가루가 혼재되어 있어 커피를 마시면 항상 커피 찌꺼기가 입안에 남곤 했다.

커피가루가 모두 용기하부로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따뜻한 커피를 원하는 커피 마니아에겐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다.

19세기가 되어 커피가 귀족들의 기호식품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 가면서 대중화되자, 커피관련 산업도 발전되어갔다. 그러나 커피추출기술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커피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고 커피관련기구는 공예기술자들이 제작에 참여함으로서 그들이 만드는 추출기구 대부분 고가여서 귀족들의 소유 욕구만 채워 주는 사치품이었다.

당시에는 커피기구 발명가들이 자신이 만든 기구가 귀족들의 마음에 들어 소장품의 대열에 낀다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추출의 원리를 연구하거나 이를 토대로 새로운 커피 추출 기구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았다. 외형적 형상이 아름다워야 판매될 수 있었다. 그 시절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 많은 유럽 사람들이 매일 마시는 커피였지만 간단하게 커피 찌꺼기를 제거하는 새로운 여과방식을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20세기가 된 다음, 메리타 벤즈부인이 종이필터를 발명할 때까지.

◇‘메리타 벤즈’ 부인의 아이디어와 특허

메리타는 몇 일전 아침식사 때 이야기하던 남편 휴고의 말이 귓가에 몇 일째 맴돌고 있었다. 실은 메리타 자신이 휴고의 커피 마시는 습관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커피 속에 찌꺼기가 남아 있다 해도 침실 카펫위에 커피찌꺼기를 마구 뱉는 다는 것은 위생적으로나 실내 환경에 좋지 않아서 휴고에게 몇 번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그러나 식지 않은 뜨거운 커피를 만든다는 것은 당시의 커피 추출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그녀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메리타는 여과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뜨거운 커피를 간단히 여과할 수 있는 도구는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인가. 그녀의 머릿속에 아들의 노트가 떠올랐다. 메리타는 아들 호르스트(Horst)의 방에 있는 노트를 찾아 가위로 오리고 바늘로 구멍을 내어 최초의 메리타식 종이 여과기를 만들었다. 그녀는 이것을 올려놓을 용기를 찾아 커피를 끓여 부어보았다. 결과는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찌꺼기가 거의 없는 상당히 투명한 느낌의 커피가 커피 잔 속에 담겨지고 있었다. 그녀는 커피의 온도를 재어 보았다. 뜨거움이 아직 남아있어 보통 사람들은 곧바로 마시기 어려울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메리타는 너무도 기뻤다. 그날 저녁 휴고가 집에 들어오자 메리타는 그에게 맑고 투명한 뜨거운 커피를 식탁에 올려놓고 그의 반응을 보았다. 휴고는 새로운 커피 맛의 느낌에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깔끔한 느낌과 따뜻함을 잘 간직하고 있는 커피였다.

메리타와 휴고는 이 혁신적인 커피 추출방법을 상업화하기위해 연구하고 필터를 개량하였다. 드디어 1908년 6월 20일 ‘종이 필터를 사용한 경사진 바닥에 추출 구멍이 뚫린 커피 필터’라는 명칭의 높이 13센티로 제작된 황동 드리퍼가 탄생했고, 그때부터 독일과 유럽 전역에 팔리기 시작했다.



◇개량되는 메리타 드리퍼

메리타와 휴고는 바빠졌다. 밀려오는 주문으로 드레스덴에 있는 그의 집은 공장이 되었고 상품을 포장하여 발송하는 일에 온가족이 매달려야했다. 메리타는 바쁜 중에도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불편한 점을 개량하고 고쳤다. 그녀는 최초 특허를 받은 이후, 2년이 지난 1910년에 ‘3개 부품으로 분리가 가능한 둥근형태의 알루미늄 필터’를 다시 만들었고, 1919년에는 둥근형태의 자기와 도기제품의 필터용기를 생산하여 1970년경까지 계속 판매했다. 그 후 1932년에는 원뿔형태의 드리퍼를 만들었다. 원뿔형태는 원형 드리퍼의 단점인 긴 여과시간을 단축하기위해 고안된 형태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메리타 드리퍼’의 원형이 되었다. 곧이어 원뿔형태의 드리퍼도 개량이 되었다. 현재 우리들이 사용하는 원뿔형 메리타 드리퍼와 똑같은 형태의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드리퍼가 1936년에 만들어졌다. 디자인의 개선과 재료의 발전으로 1954년 메리타사는 도기제품 외부에 유약을 입힌 칼라 드리퍼를 만들었다. 그리고 1960년 세계최초로 플라스틱 드리퍼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색상의 드리퍼를 만들기도 했으며, 2001년에는 메리타 커피메이커에 사용가능한 스텐레스 스틸 드리퍼가 만들어졌다.

*‘메리타 벤즈’ 부인은 1950년 세상을 떠났다. 이글의 ‘식어버린 모닝커피’이야기는 조사된 자료를 근거로 꾸며진 필자의 소설이다.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요즘 싸이로그 구글
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