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훼손·주민 반대…새정부 에너지정책 해결과제 산적
환경 훼손·주민 반대…새정부 에너지정책 해결과제 산적
  • 남승렬
  • 승인 2017.05.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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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脫석탄’…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20% 달성 목표
영덕 천지원전·신한울 3·4호기 등
새 원전 건설 관련 업무 사실상 중단
풍력발전·태양광 발전 산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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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탈석탄’ 등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림훼손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북 영양군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 모습.
대구신문 DB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환경을 파괴한다?’

‘문재인표’ 에너지정책의 역설이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자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산림훼손 등 부작용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달 15일 취임 이후 세 번째 공식 업무지시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어 ‘탈원전’ 정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후보자 시절 원전 관련 공약으로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공약을 통해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원전과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신재생발전 및 액화천연가스(LNG) 비율을 높인다는 게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은 오는 2030년까지 20%다.

이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밝힌 9.7%와 비교할 때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6%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공약에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13GW(기가와트), 육상풍력 3GW 등 총 16GW 규모의 풍력발전설비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드라이브’ 걸린 신재생에너지 정책

신재생에너지 활용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국내 에너지 정책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당장 경북 울진에 조성 예정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시공 설계가 잠정 보류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설계용역을 맡은 한전기술 측에 신한울 3·4호기 시공 관련 설계를 일시 중단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영덕 천지원전의 경우도 원전 건설과 관련된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1순위에 두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풍력과 태양광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특히 풍력발전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현재 1GW 규모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2030년까지 22GW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타날 역효과와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단지 조성입지에 대한 제약, 산림훼손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이다.

풍력발전단지 건설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선결 과제다.

이미 전국적으로 풍력발전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양과 영덕 등 경북북부권은 풍력발전시설 건설을 두고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다.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생태를 무시한 ‘무차별 인허가’가 남발돼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경북 백두대간이 파괴되고 있다”며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풍력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의 양대축으로 불리는 태양광 역시 부작용 발생이 예상되고 있다.

풍력발전단지와 마찬가지로 산과 들에 발전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난개발을 조장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 정책에 힘을 싣는다는 명목으로 개인 사업자들의 불도저식 개발행위가 이어질 경우 산림훼손, 자연파괴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를 규제할 방안으로 ‘개발행위 허가 운영지침’ 조례를 개정해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기준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으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대구의 한 환경 전문가는 “개발행위 허가 운영지침 조례 개정은 정부 방침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손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동전의 양면같은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민반대는 풀어야 할 과제

주민들이 풍력발전단지와 태양광발전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해 전자파 발생에 따른 건강권과 재산권 피해, 환경파괴 등의 부정적 효과 때문이다.

특히 영양군과 같이 풍력발전시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물 피해 등 생태계에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 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환경·생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풍력발전기를 돌리면 ‘웅웅’ 하는 저주파가 나오는데, 이는 동물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상당한 신중을 기해 풍력발전시설 입지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전자파, 소음 등이 벌(蜂)에 영향을 끼치면 농사에 필요한 수정이 어렵다는 점도 주민들이 풍력발전시설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다.

실제 영양에서 과수농사를 짓는 석보면 주민들은 “수정용으로 벌을 이용하는 과수원에선 건강한 벌이 농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풍력시설의 소음과 전자파가 벌에게 악영향을 끼치면 결국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영양군 측은 지난 4월 풍력발전단지 추가 건설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영양군의 경우 현재 추진되거나 진행 중인 풍력발전기 현황은 총 130기로, 이 가운데 완공돼 상업 운전 중에 있는 것은 59기,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이 27기,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것이 44기다.

하지만 발전단지 건설에 따른 자연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영양군은 풍력발전 단지를 추가로 조성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자체들은 신재생에너지 활용이라는 정부 정책에 우선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자연경관 훼손을 비롯한 난개발과 생존권 침해 등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어 발전단지 건설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영양군 관계자는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중단한다고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풍력발전기 건설을) 다시 추진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주민 반대 여론 앞에 어떤 결정도 내리기 힘든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남승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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