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에 질문을 던지다
노동의 가치에 질문을 던지다
  • 대구신문
  • 승인 2017.05.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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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수 초대전

갤러리 쿤스트

버려진 못·나무 조각 등

각 재료의 사연에 집중

다양한 삶의 모습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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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노동의 흔적에 작가의 행위를 더해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김결수 초대전이 갤러리 쿤스트에서 6월 18일까지 열린다.
김결수 전시에는 질문이 필수다. ‘재료를 구한 장소는 어디인지,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 등 원재료의 일생에 대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시각적인 조형성보다 재료 속에 아로새겨진 사연이 작품의 8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가 엷은 미소로 사연 가득한 재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작품에는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런 만큼 재료 선택이 중요한데, 선택되는 재료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대개 누군가의 팍팍한 삶에 함께 하다 효용가치를 다한 것이다. 재료가 팍팍하고 고단할수록 더 효과적이다.”

현재 김결수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쿤스트에는 못과 네온싸인을 재료로 한 작품이 설치되고, 집을 모티브로 한 평면 작품 3점이 걸려있다.

소전시장에는 못을 주제로 한 작품 3점이 설치되어 있다. 우선 4면으로 구성된 대형 나무 조각이 전시장 중앙을 장악하고 있다. 어림잡아도 1만여개가 넘는 대못이 촘촘하게 박힌 나무조각을 허공에 매달았다. 그 중앙 벽면에는 다양한 형태로 굽은 수 백 개의 못을 불규칙으로 박았고, 다른 벽면에는 겉면 색깔을 벗겨내고 구긴 페인트 통을 걸었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살아온 재료들이 못을 공통분모로 하나의 운명으로 엮었다.

재료의 사연은 제각각이다. 대못이 박혀있는 나무토막은 위락시설에서 행락객들에게 3천원을 받고 단 3번의 망치질로 못을 완벽하게 박으면 인형을 증정하던, 일명 야바위 상술에 사용됐던 나무다.

중앙 벽면에 박혀있는 못은 제주에서 만났다. 태풍이 몰아친 새벽 추운 겨울 난로 안에서 발견한 새빨갛게 달궈진 못이다. 폐가에서 나온 못일 수도 있고, 폐선박에서 나온 못일 수도 있다.

주 전시장에 설치된 네온싸인은 유흥가에서 수집한 재료로 재조합한 것이다. 여기에도 머지않은 과거 청춘들의 광란의 밤 풍경이 스며있다.

“내가 굳이 이야기를 더하지 않아도, 재료가 가진 사연만으로도 충분히 숭고하거나 재미있을 수 있다.”

20여년 동안 질펀한 사연을 품은 재료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주제는 ‘노동(labor)-효과(effectiveness)’. 작가는 삶의 현장에서 발견한 낡은 오브제에서 노동에 대한 흔적을 찾고, 특유의 직관과 감성으로 오랜시간 반복되었을 누군가의 노동 효과를 재인식한다. 그리하여 노동의 숭고한 가치에 경의를 보낸다.

노동이 주제인 만큼 주재료는 노동의 흔적이 짙게 배인 사물들. 지친 몸과 마음을 온기로 데워줬던 옛 구들장과 폐목이나 가마솥, 폐선박에서 나온 나무 조각이나 노, 유흥가에서 사용됐던 네온싸인 등이 대표적이다.

“재료가 가진 핵심 개념은 노동이다. 각기 다른 노동의 흔적에서 다양한 삶의 형태를 찾을 수 있다.”

그가 노동을 숭고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집'과 '가족'이 있다.  가족의 생계, 가족 행복의 출발선이 노동이라고 인식하며, 구체적 구현 수단으로 '집'을 바라본다. 이에 따라 집과 관련된 구들장이나 폐목 등이 재료로 선택된다.   

결국 궁극의 끝에는 '인간'이 있다. 그가 ‘노동’을 매개로 최후에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인간이다.  재료 속에 녹아있는 간단치 않은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추적하며 인간의 숭고한 삶을 되짚는데에는 무한한 인간애가 있다. 인간에게 한없는 위무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페선박을 구입한 적이 있다. 평생 동안 선주와 그 배가 함께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이제 늙고 병들어 병원비가 필요해 배를 팔아야 했다. 이 얼마나 처절한 삶인가? 이 늙은 선주가 곧 나이고, 우리다. 우리도 그 선주처럼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노동을 한다. 그 노동 속에 가족에 대한 사랑, 인간애가 녹아있다.” 전시는 6월 18일까지. 010-2362-268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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