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러나 깊이…서로의 마음에 물들다
천천히, 그러나 깊이…서로의 마음에 물들다
  • 윤주민
  • 승인 2017.07.1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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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로맨스 영화 ‘내 사랑’
소아관절염 겪는 화가 모드
무뚝뚝한 에버렛과 사랑 키워
주연 샐리 호킨스 명연기 일품
진솔·잔잔한 감정표현 ‘뭉클’
내 사랑
몸이 불편한 모드(샐리 호킨스)를 리어카에 싣고 가는 에버렛(에단 호크).

결론부터. 샐리 호킨스의, 샐리 호킨스에 의한, 샐리 호킨스를 위한 영화였다.

샐리 호킨스의 ‘인생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언컨대 헐리우드에서 내로라 하는 그 어떤 배우가 오더라도 이보다 완벽할 순 없다. 연기가 아닌 실제 인물 ‘모드 루이스’의 인생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여기에다 에버렛 역을 맡은 에단 호크까지 합세하니 이들의 삶에 빠져들 수밖에. 스토리와 연출을 비롯, 영화의 그 어떠한 작품성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두 배우의 완벽한 하모니다.

115분 러닝타임은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재생된다.

영화 ‘내 사랑’은 캐나다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1903~70)의 삶을 담고 있다.

소아 관절염으로 어린 시절부터 당해야 했던 갖은 수모와 억압 등 모든 면을 보여주진 않지만, 그녀가 감내해야 했던 시련은 스크린 밖으로 충분히 전달된다.

영화 내에서 모드가 내뱉는 대사, 행동 하나 하나에서 그녀의 심정이 전달될 만큼 샐린 호킨스가 잘 소화해 냈기 때문. 굽은 허리와 갸우뚱 하는 고개까지 소아 관절염을 겪었던 실제 모드를 완전히 살려냈다. 관절염으로 뒤뚱뒤뚱하게 걷는 모습은 괜히 짠하기도 하다.

에버렛과의 사랑을 주로 삼지 않았음에도 잔잔한 감동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드, 이에 영향을 받은 에버렛의 무심하면서도 츤데레(?)같은 자상함은 더할 나위 없다. 오로지 창밖 세상을 그림으로 담아내던 모드가 그림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준다.

푸른 들판이 보이는 봄이었다가 순식간에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계절이 된다.

캐나다의 작은 어촌 마을. 낯선 남성과 여성의 대화는 언성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다.

모드(샐리 호킨스)를 두고 오간 말다툼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오빠(자카리 베네트)를 본 모드는 기쁨을 감춘 채 환영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하다.

자신을 원래 집으로 데려가달라는 부탁에 오빠는 집을 팔았다면서 모드를 다시 숙모에게 맡기고 떠나버린다. 이다(가브리엘 로즈) 숙모 조차 모드를 나무란다. 몸이 불편한 모드를 대놓고 감시한다.

모드는 소아 관절염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주변의 시선은 늘상 낯설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모드는 한 가게에서 가정부를 구하는 구인광고를 내는 에버렛을 보고, 무작정 그의 집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에버렛은 모드를 반기지 않는다. 고아로 자란데다 사람과의 소통이 거의 없었기에 표현과 사람을 상대하는 법에서 서툴다. 무뚝뚝한 성격에다 폭력적이기까지.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모드를 반길 이유가 없다.

모드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에버렛 집에 눌러 살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꼭 필요할 것이라며 미소를 잃지 않는 모드, 에버렛은 이런 그녀가 싫지 만은 않다.

늘 혼자였던 에버렛은 모드의 행동에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퇴근 후 차려진 밥상, 누추한 집 사방에 그려놓은 꽃은 에버렛을 바꾸는데 충분했다. 이 둘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질 때 즈음, 낯선 방문객이 집으로 찾아온다.

에버렛에게 생선을 받지 못한 산드라(캐리 매쳇)다. 모드와 에버렛의 삶은 산드라에 의해 난생처음 신문에 이름이 나기도 하고, 방송을 타기도 한다. 모드가 그린 그림카드를 산드라가 구매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닉슨 부통령까지 그림을 부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에버렛이 원한 삶은 아니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과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삶. 모드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에버렛의 태도에 돌연 그의 곁을 떠난다.

언젠가 말한 자신의 죽은 딸에 대한 비밀을 알고 사실을 말하지만 에버렛이 남의 일처럼 대하며 질색해버리기 때문이다.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사랑으로 확신하고, 에버렛은 모드를 찾아와 용서를 구한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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