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일 기념 聖人들에나 …미화·우상화 제동 잘 한 일”
“탄생일 기념 聖人들에나 …미화·우상화 제동 잘 한 일”
  • 김지홍
  • 승인 2017.07.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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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우표’ 반대…황대철 구미참여연대 집행위원장에 듣다
구미, 공업도시 정체성 버리고
박정희 도시화 시도 이해 안 가
예우 차원 추모제 개최엔 공감
세금 들여 사업진행 말도 안돼
“남 시장, 내년 도지사 출마 염두
정치적 행보” 주장하며 비난
자칫 市 이미지 실추 우려돼
시민들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황대철-구미참여연대집행위원장3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구미시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우표 발행까지 취소됐음에도 사업의 문제점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1인 시위와 행정 소송에 나서면서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며 “구미의 상징은 금오산과 전자산업이지, 박정희 대통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영호기자
최근 경북 구미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뭉쳤다. 구미시가 대대적으로 추진 중인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 반대한다는 명분이다. 구미참여연대와 구미YMCA, 민주노총 구미지부, 어린이도서연구회 구미지회, 참교육학부모회 구미지회 등은 지난 6월부터 성명을 내고 “박정희 기념사업은 독재자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구미시의 기념사업 반대에 앞장서 온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구미참여연대-1인시위
구미참여연대 한 회원은 지난 12일 오전 세종시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촉구하기 위해 1인 시위에 나선 남유진 구미시장을 향해 맞불 시위를 벌였다. 구미참여연대 제공

“구미시는 금오산과 전자산업의 중심 도시이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도시로 상징화될 수는 없습니다.”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21일 구미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구미시는 국민적 동의와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구미시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기념우표 발행까지 취소됐음에도 사업의 문제점은 되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1인 시위와 행정 소송으로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도시로 상징화되면서 오히려 수십년 동안 가꿔온 공업 도시의 이미지를가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황 위원장은 “현재 수십 건의 언론 기사에는 댓글만 1만 개 넘게 달렸다. 댓글 중 대부분은 구미 시민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막말 수준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구미시의 이미지가 훼손될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구미는 전자산업을 이끈 공업 도시이다.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금오산 둘레길은 구미가 내세울 만한 관광명소”라며 “구미시가 이같은 브랜드와 명소를 제쳐두고 ‘박정희 도시’로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구미시는 박정희 기념사업의 핵심으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870억 원·25만여㎡)과 생가 주변 공원화 (286억 원·8만여㎡), 박정희 유물전시관 건립(200억 원·3만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박정희 등굣길 따라 걷기, 박정희 테마 밥상, 박정희 뮤지컬 제작, 박정희 소나무 막걸리 주기 등 이색 행사도 기획 중이다.

황 위원장은 관광화를 목적으로 한 구미시의 박정희 기념사업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10만 평에 이르는 ‘박정희 타운’은 건설비만 1천100억 원, 한 해 운영비만 7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대규모 기념사업이 현재 구미시의 다른 인프라와 전혀 결합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관광객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박정희 타운을 관광명소화 하더라도 노년층이 중심이 될 뿐,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기념사업은 구미의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연계성이 부족해 차후 부담되는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역사적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자라는 평가는 분명한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나타난 여론의 주된 반발 요인은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우상화하는 사업의 성격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가 기념우표 발행 취소를 결정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에 제동을 건 결과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구미시와 경상북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날을 기념해 매년 탄신제를 개최해 왔다”며 “독재자를 ‘우상화’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박정희를 민족적 영웅으로 추앙하면서 탄신제를 고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탄생일을 기념하는 인물은 석가모니, 예수, 공자, 이순신 등 성인들이다. 탄신을 기념한다는 것은 단지 넋을 기리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생활영역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탄신을 챙기면서) 그 사람(박정희 전 대통령)을 온전히 따라가겠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황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로 추모제를 치르는 점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세금을 들여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도시에서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등 민간단체가 직접 모금해 추모제를 지내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구미시가 일방적으로 탄신제 등을 주도해 국민혈세인 예산을 들여 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모든 박정희 추모사업은 ‘남유진 구미시장의 정치적 행보’라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남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경북도지사 공천을 노리고 박정희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며 “남 시장에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마케팅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도지사 출마를 위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한국당 내 입지 확보 차원의 심산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사업을 추진·지원하는 구미시와 경북도의 혈세 낭비로 구미는 전국민적인 조롱과 야유를 받고 있다. 사실 구미는 개발독재시대 정권의 정치적 필요 때문에 세워진 구미공단이 수도권 규제 완화와 기업들의 해외 이전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기념사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구미가 앞으로 먹고사는 일에 투자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구미시는 시민들의 우려와 비판을 무시한 채 일부 개발독재 시대 향수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삶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박정희 100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구미시는 ‘죽은 자’의 기념사업을 벌일 게 아니라 ‘산 자’들의 삶을 보듬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규열·김지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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