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작가 타카시 스즈키展…내달 10일까지 갤러리신라
日 작가 타카시 스즈키展…내달 10일까지 갤러리신라
  • 황인옥
  • 승인 2017.09.0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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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질감, 떠오르는 본질
빨간·파란색 물감만 사용
질감은 최대한 가볍게 처리
“본질적 색·절제된 형태는
관객을 편하게 만들어 줘”
3차원적 표현력도 눈길
takashi suzuki portrait
일본현대미술계의 미니멀리즘 작가 타카시 스즈키의 전시가 10월10일까지 갤러리신라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신라 제공

화가가 ‘마티에르(matiere·질감)’를 배제한다고 하면 좀 의아해진다. 거칠게 말하면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마티에르는 독특한 조형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방법론 중 하나여서 화가라면 누구나 어떻게 독창적으로 마티에르를 구축할 것인가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갤러리신라에서 전시를 시작한 일본작가 타카시 스즈키(Takashi Suzuki)는 이런 점에서 열외다. 마티에르를 마치 타도의 대상처럼 여기며 최대한 배제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야말로 그의 미술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그는 일본현대미술계에서 미니멀리즘 작가로 분류된다.

“물감을 올리고 생기는 마티에르를 손으로 철저하게 밀어내 판화처럼 흐릿하게 보이도록 처리한다. 마티에르를 배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화면을 최대한 가볍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최대한 꾸밈과 표현을 제거해 예술 형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를 탐구하는 예술 사조다. 타카시 스즈키의 작품들도 이 공식을 수용한다. 갤러리신라에 걸린 작품들을 하나로 엮는 공통분모는 ‘미니멀리즘’이다.

색 사용에서 미니멀리즘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빨강과 파랑 딱 두 색만 사용하되, 각각의 색이 독립적으로 구현되기도 하고, 두 색이 의존관계로 병치되기도 한다. 형태미도 미니멀리즘의 범주를 따른다. 복잡한 형태는 거리를 두고, 단색 혹은 두 가지의 색을 사용해 최소한의 선과 면으로 구현한다.

“처음에는 붉은색만 썼다. 내게 붉은색은 모든 색을 수용하는 가장 본질적인 색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붉은색에서 탁함을 보게 되면서 그것을 희석시킬 파란색을 사용하게 됐다. 나는 이 두가지 색을 가장 본질적인 색으로 인식한다.”

눈치챗겠지만 타카시 스즈키는 본질적인 요소를 축출해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류다. 화가가 평생을 통해 탐구하는 고유의 독특성이나 특별함, 그리고 개별성과는 거리를 두고, 오히려 모든 개별성을 정제하고 남은 본질적인 요소를 주된 관심사로 삼는다. ‘본질성’이야말로 사족을 없애고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효과 있는 수단으로 여긴다.

“형상이나 색상 등 시각적인 요소에서 비개인성과 반주관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방식은 메시지 전달 효과를 최대화한다.”

‘본질적’ 요소를 축출해야 할 만큼 간절하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자 그가 ‘편안함’을 이야기했다. “마티에르 배제, 붉은색과 파란색 등의 본질적인 색의 탐구, 그리고 절제된 형태미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가벼움과 경쾌함이다. 이런 분위기는 안정감과 편안함으로 이끈다. 나는 내가 만든 공간에서 나와 관람객이 편안하기를 꿈꾼다.”

타카시 스즈키는 조각으로 출발했지만 2007년부터 평면에 집중해왔다. 조각에서 평면으로 장르적 변화를 꾀했지만 출발선이었던 조각이라는 태생적 기질은 단절되지 않고, 평면에 그대로 이어진다. 바로 ‘공간성’이다. 그가 평면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조각과 동일한 ‘공간성’이다.

“나는 2차원의 평면을 3차원의 조각처럼 표현하려고 한다. 캔버스의 크기와 색, 그리고 전시공간에 대한 해석이 유기적으로 상호 관계를 맺게 하는 방식으로 평면을 3차원으로 연결한다.”

2차원 평면을 3차원으로 치환하기 위한 장치는 전시방식이다. 그는 개별 캔버스의 다양한 조합, 높낮이를 달리한 방식, 또는 동일한 높이로 마치 원을 그리듯이 4면을 둘러거는 등의 다양한 전시기법을 활용해 평면에 공간성을 부여한다. 이번 신라갤러리 전시도 이 기법이 그대로 드러난다.

“첫번째 전시장은 서로 다른 높이와 조합으로 조각의 공간성을 살렸고, 또 다른 전시장은 같은 눈높이로 원형의 감각을 살렸다. 작품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전시장의 전체적인 작품배치도 눈여겨봐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전시공간에 맞추어 특별히 제작된 20여점의 작품들을 작가가 갤러리신라 전시장에서 직접 설치해 소개하는 그의 전시는 10월 10일까지. 053-422-16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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