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 세금 내가 정하고, 이웃과 지역발전 논의하고 싶다”
“내 지역 세금 내가 정하고, 이웃과 지역발전 논의하고 싶다”
  • 김종현
  • 승인 2017.10.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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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공화국 시대를 연다 <12> 에필로그
지역별 대표 뽑아 ‘양원제’해야
기재부 해체 후 기능 분산 필요
지방직 공무원 비율 확대 바람직
공동稅 걷은 뒤 일정비율 나눠야
‘인재’ 지역 정착할 제도 마련을
유권자 넘어 진정한 주권자 돼야
지방분권개헌실천대구범시민결의대회1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지방분권 개헌실천 대구범시민결의대회가 지난달 13일 대구에서 열렸다.
일본-대장성
일본정부 개혁조치로 2006년 대장성이 해체됐고 일본의 지방분권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었다.

1920년 조선지방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보고서 -“오늘날 조선인중 자치정치를 동경하는 자란 거의 찾아볼 수 없을뿐만 아니라 그 문명의 정도와 경제력 또한 도저히 이를 시행함에 적당치 못한 것이다. 따라서 조선인만을 본위로 한다면 자치권을 허용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는 단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사이토 마코토 총독 지방제도 개편 1주년 담화문 -“(지방자치는) 조선의 실정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조선인에게 불행하다.” 조선총독부는 미개한 식민지 백성인 조선인에게 지방자치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1920년, 지금부터 100년 전의 이 말이 아직도 유효하도록 할 수는 없다. 지방분권공화국 시리즈를 마치며 이제 지방분권을 위해 해야 할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현재 우리나라 지방분권 실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기획재정부이다. 예산 430조원을 주무르는 기재부는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조직이 됐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각 지역에 무슨 무슨 사업을 해주겠다고 선심을 쓰고 당선된다. 정보예산인 돈을 주고 표를 사는 시스템이다. 공약을 뒷받침 하자면 기재부의 예산 배정이 필수다. 그런데 만약 분권이 되어 각 지역에 예산이 나눠지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공약을 내놓기도 어렵고 공약을 실현하기도 어렵게 된다. 기재부 관리가 “원하시는대로 분권해 드리죠. 그러면 다음 정권 창출은 어려울 걸요”하면 지금까지 논의해온 분권은 올 스톱될지 모른다.

강원도지역 분권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강원도민일보 김중석 사장은 “2006년 일본이 분권을 위해 대장성을 해체하고 재무성 등으로 기능을 분산한 것처럼 기재부를 해체하고 기능을 분산시켜야 한국의 지방분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7년 일본 정부는 22개 정부부처를 12개로 줄이는 행정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일본인들은 정부 부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는데 마침내 대장성이 사실상 해체된다는데 경악했다.

메이지 유신 이후 130년 넘게 절대 권한을 한 손에 틀어쥐고 일본 경제를 이끌어온 대장성은 정부의 한 부처를 넘어 일본 전체를 대표하는 엘리트 집단이었다. 90년대 들어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대장성은 개혁의 최우선 대상으로 지목됐다. 결국 자부심과 명예, 권력의 상징이었던 대장성은 주요 기능을 다른 부처에 넘겨주고 이름도 재무성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해체된 것이다. 일본의 대장성 해체는 가장 잘된 정치개혁으로 각 나라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막강했던 권한을 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 나눠 견제와 균형을 이뤄냈던 것처럼 제대로 된 분권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라는 공룡의 희생이 필요하다.

지방분권을 하기위해서는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 국회의원이 의원 정원의 57%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지방의 목소리는 국정에 반영되기 어렵다. 거의 60%에 이르는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일할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인구에 따라 국회의원이 배정되는 단원제를 보완하기위해 지역별로 인구에 관계없이 1~2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양원제를 해야 지역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이 국회의원을 뽑을 때 분권에 동의하는 의원을 뽑아야 한다. 공무원에게 분권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북한의 위협이 있는 나라, 국민들의 역량이 모자라는 나라 등 분권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다. 중앙집권적 사고에 젖은 공무원들이 쉽게 분권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분권을 원한다면 국회의원, 지역의원을 분권주의자를 뽑아야 한다.

일본은 2001년 국가공무원을 30% 감축했다. 현재 일본은 국가직이 70만명 지방직이 270만명이다. 한국은 100만여명인 공무원가운데 국가직이 36만, 지방직이 67만명이다. 국가직 비율이 일본은 26%, 한국은 53%로 국가직이 일본의 2배나 된다. 경찰공무원, 교육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있는 한 진정한 자치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과 지방은 모두 국가이다. 지금까지는 예산과 힘이 있는 중앙 국가직을 선호했다면 앞으로는 제도적으로 국가직을 줄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8:2에서 6:4로 맞추기 위해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것은 오히려 지방 정부의 재정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공동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공동세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자체 간에 특정 세목을 지정해 공동세로 걷은 뒤 일정 비율로 나눠 쓰는 제도이다. 공동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로,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를 공동세로 지정하고 있다. 공동세를 도입하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재원 마련이 쉬워지고 소득과 소비 변화에 따른 세수 확보도 용이해진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고향사랑 기부제도’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요건은 완화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중앙과 지방 간 최고위 정책 협의체로서 대통령과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를 올해 하반기에 시범 운영한 후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2018년 헌법 개정으로 자치입법·행정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등 실질적인 자치분권의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2018년까지 주민 주도의 실질적 마을 협의체로서 주민자치회의 역할을 강화해 읍·면·동을 주민자치의 실현 공간이자 서비스 제공의 핵심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다. 일본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5:5에 육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8 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세입 비율을 7 대 3을 거쳐 장기적으로 6 대 4 수준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7대 3만 되도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시대가 분권공화국이다. 시민이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시장은 시장답게,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시민은 주권자답게 원래의 자기위상을 회복하는 것이 분권이고 지역혁신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더이상 어렵다. 언론, 금융, 대학, 경제계 모든 분야가 중앙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곳에서 발전은 없다. 분권이 되면 외국의 기업도 중앙정부와 협상할 필요가 없게된다. 외국기업과 대기업이 지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시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은 당신이 결정권을 가질때 가능하다. 지금 우리는 뽑을 권한만 있는 유권자이지 주인으로서 권리를 가진 주권자가 아니다. 분권공화국시대는 시장에게 권한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권한을 더 주는 세상이다. 대구경북지방분권운동본부 이창용 상임대표는 “우리 내부에는 이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에너지가 있다. 대통령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웃과 협력하고 지역사회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끼리 지역발전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일부 지역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소득세 38%를 내지만 결혼 하면 16%, 아이를 낳으면 5%로 줄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아이를 한 명 낳으면 지원금 얼마 주는 제도로는 지역을 살릴 수 없다. 전국이 비슷한 육아정책을 쓰고 동일한 간접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지방자치가 어렵다. 내가 사는 지역의 세금을 내가 정하고 이웃가운데 똑똑한 사람을 지방의원을 시키고 다시 국회의원을 시키고 지역에서 자란 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해서 결혼하는 세상이 와야한다. 스위스, 독일, 일본, 대부분의 선진국이 지방분권을 하며 살고 있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30대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어릴때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서울로 떠났다. 친구하나 없는 도시에서 사는 내가 너무 불행하고 우울하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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