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앞 생뚱맞게…저게 뭐야?”
“빌딩 앞 생뚱맞게…저게 뭐야?”
  • 강나리
  • 승인 2017.10.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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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청, 억대 예산 들여
옛 읍성 본 뜬 성벽 조형물 설치
설치 장소·조잡한 조형미 논란
좁아진 보행로에 불만도 토로
대우빌딩옛대구읍성조형물1
18일 대구 중구 대우빌딩 옆 인도에 옛 대구읍성을 형상화 한 조형물 보수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시민들이 조형물로 인해 좁아진 보행로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순종황제 동상건립 논란에 이어 최근 대구 중구청이 억대의 예산을 들여 도심 한켠에 설치한 대구읍성 조형물도 설치장소의 부적절성, 조잡한 조형미 등으로 시민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구청은 지난달 중구 태평로 160 대우빌딩 앞에 일제강점기에 강제 철거됐던 옛 대구읍성의 모양을 재현한 성벽 조형물을 설치했다. 가로 길이 9m·높이 5.5m 규모에 돌로 만든 성벽은 지하철 환풍구를 둘러싸고 있다.

해당 조형물은 중구청이 지난 2012년부터 북성로·서성로 일원에서 진행 중인 ‘대구읍성 상징 거리 조성사업’의 하나로 제작됐다. 설치에는 사업비 1억3천여만원이 투입됐다.

대구읍성 상징 거리 조성사업의 주요 거점인 북성로 인근에 읍성의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본뜬 조형물을 설치해 사업을 홍보하고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인근 상인 및 시민들은 읍성 조형물의 설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인 이모(51)씨는 “물건 사러 온 손님들마다 하나같이 ‘빌딩 앞에 희한한 물건을 갖다놨다’며 욕을 한다. 환풍구가 있던 자리 위에다 돌을 올려놓은 것 같은데, 1억 넘는 돈이 들었다니 황당하다”며 “가게 문 앞에서 보면 시야도 가리고 빌딩 앞에 떡 하니 서 있는게 미관상 보기 좋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빌딩 출입구 바로 앞에 건립된 조형물 때문에 보행로가 좁아졌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적잖았다.

인근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박경모(37)씨는 “왜 굳이 길 한가운데에 왜 이런 것을 세운 건지, 이게 무슨 상징성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가뜩이나 유동인구와 진·출입 차량이 많은 곳인데, 커다란 조형물이 가로막아 양쪽으로 피해서 걸어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형물의 조잡한 수준에 대해 비난했다.

대구지역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너무 조악하다. 16층짜리 빌딩 앞에 세워 놓으니 전체적으로 어울리지도 않는다”며 “읍성의 본 모습을 복원하고 싶었다면, 지금처럼 정형화된 계단식보다는 과거 부서졌던 읍성의 모습을 실감나게 살리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구읍성 조형물은 외관 변경 등의 보수 공사를 거쳐 내달 초순께 완성될 예정이다. 중구청은 이 조형물을 대구읍성의 역사성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조형물이 들어설 만한 자리가 마땅히 없어 거기 세웠다. 옛 읍성이 있던 구간인데다, 원래 지하철 환풍구가 있던 곳이어서 보행 환경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며 “외국인 등이 대구의 관문인 대구역에 도착했을 때 대구가 읍성이 있던 도시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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